구제의 게임
가와이 간지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데드맨』의 작가 가와이 간지의 신작으로, 골프를 소재로 한 본격 추리소설이다. 근데 엄밀히 말해 신작은 아니다. 출간을 늦게 했을 뿐 데뷔작인『데드맨』보다 먼저 집필한, 작가가 생애 처음으로 쓴 장편소설이다.

11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US오픈이 열리는 <더 홀리파인힐 리조트>에서 두 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시신 모두 몸통 한가운데에 깃발같은 굵은 막대가 관통돼서 공중에 매달린 기괴하고도 참혹한 상태. 마치 160년전인 1851년, 인디언 원주민 대학살 현장에서 브리슬콘파인이라 불리는 '신의 나무'로부터 저주를 받아 나무에 몸이 꿰뚫려 죽은 기병대 대장의 전설을 답습하는 느낌이다. 과연 이 연속살인극은 신의 나무로부터의 저주의 부활인가, 아니면 대회 개최를 방해하는 사이코패스의 계획된 범죄인가. 마침 대회에 참가한 하버드대 출신의 일본인 3세 미국인인 천재 프로골퍼 잭 아키라 그린필드가 명탐정 홈즈가 되어 사건 해결에 나선다.

골프는 "심판이 필요없는 유일한 스포츠"이다. 그만큼 모든 참가 선수들의 도덕성과 정정당당한 페어플레이 정신이 요구된다. 그리고 골프에는 플레이를 하는 골퍼와 그를 돕는 캐디가 존재한다. 골퍼와 캐디...그들은 일반적인 선수와 코치와의 관계와는 다르다. 한마디로 공동 운명체이다. 골퍼와 캐디라는 특수한 관계, 그리고 페어플레이라는 스포츠맨쉽...사건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골프 또는 골프장이 단순히 배경으로 사용된게 아니라 상당히 전문적 수준으로 들어간다 (아마도 작가가 상당한 수준의 아마추어 플레이어인 듯). 그래서 골프에 문외한인 독자에게는 다소 지루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사건의 발단과 배경, 범행 동기, 사건의 해결등 모든 과정이 골프의 전문 지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 사건의 탐정역은 골프 이론과 실기(대회)에 해박한 프로골퍼가 맡고, 담당 형사는 단지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조력자 역할에 그친다.

 

이 작품 역시 전작들과 비슷하게 전설이 가져다주는 괴기스러움, "과연 내가 그를 죽였나?"하는 작가 특유의 일루전(illusion) 작법이 등장하는데 그것이 현실적인 상황 논리와 잘 조화되지 않고 약간은 따로 노는 느낌이다. 의욕만 앞섰지 아직은 성숙되지 않았다고나 할까...환상과 현실속에서 독자로 하여금 실제인지 허구인지 헷갈리게끔하는 기교는 역시『데드맨』에서 유감없이 발휘된 느낌이다.

실제 골프 경기를 방불케하는 대회 장면 묘사에 골프 관련 각종 전문 지식이 등장해서 골프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그 세부적인 전략이나 기술 그리고 맞딱뜨린 상황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애를 먹었다. 하지만 엽기적인 사건의 발생부터 추리 과정 그리고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을 보면 역시 본격 추리소설만의 짜릿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사건의 이면을 알고나니 그런 그들만의 우정과 명예 그리고 희생이 숨어있다니...불현듯 연민의 정이 밀려온다. 내가 만약 그 골퍼였다면, 또는 그 캐디였다면 나는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욕망과 명예의 경계선에서 갈등하게 만든다.

​p.s. : 본편이 끝나면 책 말미에 "가와이 간지 작가 인터뷰 15문 15답"이라 해서 한국 독자가 질문하고 작가가 답하는 특별 부록이 있다. 이 작품, 작가, 작법등에 대한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는데 운좋게 내 아이디(나텐)와 질문도 실렸다. 이 책은 그래서 더욱 특별히 나에게 다가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