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혹은 살인자 스토리콜렉터 62
지웨이란 지음, 김락준 옮김 / 북로드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몇 년전 중화권에서 놀라운 작품이 한국에 상륙했다. 바로 찬호께이의『13.67』. 읽어보니 그야말로 경탄스러운 걸작이었다. 내가 이 책『탐정 혹은 살인자』를 집어든 이유는『13.67』의 영향이 크다. 왜냐하면 두 작품 모두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 대상작"이기 때문이다. 출판사 소개를 보면 이 책의 성공은 찬란하다. 극작가이자 연극학과 교수인 작가의 데뷔작이 두 달만에 5쇄를 찍는 등 타이완 미스터리 시장에 광풍을 몰고오며 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만년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극작가이자 대학 교수인 우청은 일, 가정등 모든 걸 내팽개치고 변두리 소도시에서 은둔하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바로 타이완 최초의 사설탐정이 그것. 조직적인 흥신소의 도청기, GPS같은 첨단기기도 없는, 오로지 자신의 오감과 튼튼한 신체만 믿고 맨땅에 헤딩하는, 당국에 등록된 안된 무허가 1인 회사이다.

그렇게 첫 개시로, 부녀간의 풀리지않는 불편한 관계를 해결해달라는 한 부인의 의뢰를 무사히 해결한 우청은 동네 인근에서 발생한 세 건의 연쇄살인사건에 흥미를 갖는다. 하지만 CCTV로 분석된 모든 정황 증거들이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우청은 졸지에 용의자 신세가 된다. 과연 우청은 이 난국을 타개하고 자신을 위험에 빠트린 진범을 찾아낼 수 있을까.

고위 공무원과 의료계의 담합된 비리를 보여주는 첫 번째 에피소드는 전체적으로 무난하다. 택시 기사를 파트너로 맞아 추적과 암호 해독등으로 사건을 원만히 해결하는 우청의 활약상이 볼만하다. 그러다가 연쇄살인사건으로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다. 범인으로 몰린 우청이 위기 상황을 초강수로 역전, 용의자 의심을 받으면서 경찰 내부로 들어가 그들의 공조를 끌어내며 수사에 착수하는 부분이 특히 재밌다. 세밀한 CCTV 분석을 통한 범인의 행동 반경, 습성등을 파악해 범행의 패턴과 동기, 마침내는 범인의 정체까지 찾아내는 추리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범인이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내는 점은 아쉽고 ("범인은 반드시 소설 초반에 등장해야 한다"가 추리소설의 정석이다), 수사 방식이 너무 CCTV 분석 하나에만 매달려서 조금은 단조로운 느낌이다. (CCTV 분석에서 오는 수많은 타이완 거리와 지명에 대한 개념을 한국 독자는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할까.) 범행 동기 역시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라는 미명 아래 다분히 철학적, 종교적으로 흘러 조금은 심오하니 어렵다. 어쨌든 타이완 국민의 국민성과 정부 시스템에 대한 가벼운 풍자, 주인공의 자조적인 블랙 코미디도 곁들여진, 사설탐정인 주인공이 용의자이면서도 범인을 추적하는 이중 신분의 재미난 발상으로 전개되는 색다른 맛의 중화권 미스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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