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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즐거움 (양장)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방승양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평점 :
모든 것은 결국 한점에서 만난다.
내게 있어서나, 주변에서나 지금이 변화의 시기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지도 벌써 4년이 넘었고, 현실이 크게 변화 없이 흘러간다면 미래가 뻔히 보이기에 그것이 더 부담으로 다가온다. 늘 삶의 의미를 기억하고 원칙에 따라서 원하는 것들을 행하면서 살고 싶은데, 현실을 바라보면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삶의 순간순간이 선택의 연속이고 그 주체가 자신이면서도 지금 쥐고 있는 것을 버리고 미지의 무언가를 찾아 길을 나서기엔 삶의 무게가 마음을 누른다.
입시에서 벗어나 자유를 마음껏 즐기던 대학 시절에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이나 산보를 좋아했고 때로는 도서관 서가 한켠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을 즐겼다. 의미를 부여한 책들을 넓은 공간 안에서 혼자 읽고 있으면, 꿈이 한걸음씩 다가오는 듯 하여 좀 유치하긴 하지만, 내 자신이 대견스럽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읽었던 책 중에 한 권이 바로 히로나카 하이스케가 쓴 학문의 즐거움이었다. 평생을 수학과 함께 살아온 노학자의 삶이 책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 살아오는 동안에 일상의 곳곳에 스며들어 그것을 떼놓고는 그의 삶을 말할 수 없다. 히로나카 선생의 주변사람들은 늘 그에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존재였다. 누군가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려고 노력했던 그의 삶의 자세가 그를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드상을 받은 수학자가 아닌, 존경받는 노인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책 안에 담겨있는 수학에 대한 물음들은 차치하고라도 논리적인 학문의 대표격인 수학의 난제를 접근하는 그의 자세는 철학적이다. 불교적 가치에 견주어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 한계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를 소심소고 하며, 한편으로는 모든 삶의 모든 경험들은 결국 한 점(자신이 바라는 삶)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신념. 그의 이런 모습이 내 안에 더 강하게 각인 되었던 듯 하다.
히로나카 선생은 자라는 사람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자한다.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며 -일반인인 내가 보기엔 뛰어난 사람이지만- 천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그들을 보면서 자신은 끈기와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말을 하면서 젊은이들이 각자의 삶에서 겸손한 마음과 끈기를 갖고 노력한다면 어느덧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는 희망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늘 망설인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주저하고 잰다. 결국 자신의 마음과 행동의 결과가 그 답인것을 깨닫치 못한 채 세월에 묻혀서 어느덧 나이를 먹게 되고 더 이상 행동할 수 있는 마음조차 잊고 살아간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행동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꾸준한 노력. 이 모두가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쌓여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