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나다
조병준 지음 / 디자인하우스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조병준氏나 한비야氏의 글들을 즐기는 편이다. 이들의 글을 읽을 때면 현실에 살고 있는 내 자신이 한껏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다니는 여러 곳들, 여행하면서 만나는 인연들의 이야기가 언젠가 나도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일들로 내 마음 안에 씨앗을 키우는 거름으로 남는다.


  「제 친구들과 인사하실래요?」- 나는 천사를 믿지 않지만과 오후 3시의 평화-를 읽고 좋은 느낌을 받은 후, 「길에서 만나다」를 읽고 싶었지만, 절판이 된 상황이라 구하기가 싶지 않았다.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구하기를 포기했었다. 언젠가 새로 개정판이 나오겠거니 하고 지냈는데, 친구가 그 책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빌려서 읽게 됐다.(그것도 그 친구가 다른 이에게 빌려주었던 것을 받기를 기다려서) 길에서 만나다라는 책 제목처럼 나도 책을 주로 출퇴근길이나 오가는 길에 읽게 되었고 마지막 장은 퇴근 후 집에 오는 길에 공원에 앉아서 읽었다. 말 그대로 길에서 만난 셈이다.


   길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걸어다는 도로도 길이고, 어떤 일을 해결하는 방법도 길이며, 우리의 인생이나 꿈도 길로 표현할 수 있고 노자의 도덕경에서 말하는 道 는 언어 이전의 것을 나타낸다고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길이 여행길인지, 인생의 길인지, 아니면 이 둘을 아우르는 길인지. 그 어느 것도 틀린지는 않을 듯 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일주일 이상 여행을 가기가 어려워졌다. 아직은 결혼을 하지 않아서 시간적으로 더 여유롭지만, 결혼을 하고 새로운 식구가 생기면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이렇듯 장기간의 여행을 할 수 있는 이들은 극히 소수의 사람이고 그들을 접할 기회는 이렇게 책을 통해서가 전부다.

 

  서른이 넘은 이들이 길을 나서기 위해선 작가의 말처럼 다음달 납부해야 할 주택청약과 보험료에 대한 걱정을 먼저 털어내야만 한다. 이것은 용기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거부하는 것이며, 자신의 미래를 불확실성 속으로 밀어 넣는 행위일 수 도 있다.(솔직히 보편적 삶이 살아가는 유일한 방식이며 장밋빛 미래를 보장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이런 삶의 방식에서 벗어날 용기가 내겐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들도 우리와 같이 일상을 살았던 사람들일 것이다. 당시 자신의 위치와 보편적 삶을 포기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게다. 수많은 밤을 고민했을 거고 의미 있는 사람들의 얼굴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길을 나선 이들의 마음을 휴가로 떠나는 여행의 감정으로 헤아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도 처음 떠났던 여행의 두려움과 설레임, 그 감정에 여행이 주었던 경험과 느낌들이 더해지고 쌓여서 자신만의 길을 찾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길에서 만나다」는 전에 읽었던 「제 친구들과 인사하실래요?」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전작들은 그가 만난 인연들과의 따뜻함으로 가득 채워졌다면, 이번 책은 저자가 삶의 길에서 느끼는 사색과 성찰을 담고 있는 듯 하다. 


  책은 조병준氏의 여행(여행이란 표현이 적당한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그의 살아가는 얘기라고 해야 할까?)얘기다. 그가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만난 사람들, 그가 갔던 곳들, 그의 생각들로 채워져 있다. 마더테레사의 집에서 만난 친구들, 그들과 보낸 시간과 인연을 작가는 아주 의미 있게 생각하는 듯하다. 비록,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지는 않았지만, 마음과 생각의 교류, 서로간의 동질감을 갖게 되고 마음을 열어서 그렇게 하나하나가 큰 의미로 채워지는가 보다. 어느 곳에 대해서 그가 가지는 향수나 우리나라에서 느끼는 답답함, 삶에 대한 그만의 느낌들이 품어내는 담배연기처럼 책 곳곳에 배어있다.  


  사람들은 각자의 길을 걸어가며 우리의 모든 인연은 그 길 안에 있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들만의 동질감을 느끼는 듯하다. 쉽게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마음을 나눈다. 비록 짧게 스치는 인연이지만, 각자의 마음엔 긴 여운으로 남는듯하다. 이 책이 작가가 만난 인연들에 대한 여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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