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영웅문 제3부 - 중원의 별 1 - 보급판
김용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86년 9월
평점 :
절판


  독서를 할 때 주로 비소설을 읽는 편이다. 삶에 대한 작가들의 진지한 의미들을 내 삶에 스며들게 하고픈 욕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류의 책들이 늘 잘 읽히는 것은 아니다. 내용이 내 배경지식을 뛰어 넘어 버리면 책장 한장 한장을 넘기기가 곤욕이고 나중에는 책을 덮고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싫어 지기도 한다. 이럴때 조금은 가벼울지 모르지만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주는 책을 읽는다. 이것이 내가 소설을 고르는 기준이다.

  지금 까지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빠져들었던 책이 두 권 있다. 하나는 이은성씨가 쓴 동의보감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소설 영웅문이다. 때때로 무협소설이나 만화에 대해서 다른류의 책들에 비해서 낮게 바라 보는 시선이 있다. 물론, 나도 무협이란 장르에 대해서 좋은 입장은 아니었다. 그 내용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마으로 받아 드리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편견은 김용씨의 역작 소설 영웅문 시리즈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총 3부로 18권.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각 권이 400쪽이 가까이 됨에도 읽을 수록 그 탄탄한 구성과 재미에 빠져든다. 쉽게 말하자면 한번 책을 들고 가열이 되기 시작하면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다. 대학 시절 겨울 방학때 책을 들어서 몇날을 새벽까지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큰 줄거리는 대부분의 설화나 고전 소설처럼 주인공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우연한 기회가 변화의 동인이 되는 인물을 만나거나 사건을 겪으면서 오랜 시간의 노력 끝에 범인이 근접할 수 없는 경지의 인물, 즉 영웅의 문으로 들어서는 얘기다. 주인공 장무기가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불치의 병에 걸려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히 비급을 얻어서 수 년간 홀로 수련해 세상에 나가 분열된 무림을 하나로 아울러 조국을 침탈한 외적에 항거하는 이야기. 어찌 보면 뻔한 얘기를 작가는 수 많은 등장인물과 완벽한 구성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영웅문 시리즈를 몇 번 읽게 되면 대부분의 중국 무협 영화는 꿰뚤 수 있다. 대부분의 영화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원작의 상상력을 담기에는 영화라는 장르가 한계가 있어서 그 감동을 살리기가 어렵지만 말이다.

  어쨌든 탄탄한 구성은 고전 소설의 최고봉인 삼국지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편한 휴식을 가지고 싶을 때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무언가를 꿈꾸지만, 방향을 찾지 못하거나 실패를 경험했을 때 어떤 일이든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내게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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