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 된 삶 - <사기>부터 <모란정>까지 동양고전 걸작과 함께 읽는 중국 문장가 열전
이나미 리쓰코 지음, 김태완 옮김 / 메멘토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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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묻는다면, 자신의 삶으로 대답하는 사람들이 이 책에 있다. 사람들이 나를 몰라준다는 생각에 서운한 적이 많다. 당연히 원망이 들 때도 많다. 사마천을 비롯해, 혜강, 정판교 등의 삶을 읽으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시대를 잘못 만났음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다. 삶의 각오가 이 정도가 되고 나서야, 시대가 나를 몰라준다고 말할 자격이 생기지 않을까.

시대와 타협하지 않은 10인의 삶은 제각각이다. 고전이 된 삶이라는 책 제목답게 하나의 삶이 고전이다. 사마천이 어두운 집필실을 택했다면 양유정은 강변의 누각을 택했다. 지조 높은 죽림칠현 혜강은 아들 만큼은 자신처럼 살기를 바라지 않았던지 처세훈을 남긴다. 고전이 된 이 삶은 자식에게도 자신의 삶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 사는 모습이 예와 다르지 않아 굽히기도 하고, 지키기도 하고, 부러지기도 하는 것이라면 지금 네 옆의 사람을 다시 볼 일이다. 맘에 들지 않는 그 녀석이 어쩌면 공융이나 혜강일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사실 이 책의 매력은 2부에 있다. 1부에서 소개하는 개개인의 삶이 긴 편이 아니어서 궁금증이 커지던 때 넘겨본 2부에는 문장가 10인의 삶과 사상, 문학적 매력이 담뿍 담긴 글이 실려 있었다. 역자와 출판사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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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스트레스 - 행복은 어떻게 현대의 신화가 되었나
탁석산 지음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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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 정말 오랜만에 책을 낸 것 같다. 저자 말마따나 지금과 같은 의미로 행복이란 말을 쓴 지 200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왜 우리는 행복에 집착하는 걸까? 행복 안 들어간 곳이 없는 우리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기대해본다. 후후, 주문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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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선 사람들 - 서럽고 눈물 나는 우리 시대 가장 작은 사람들의 삶의 기록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5
제정임.단비뉴스취재팀 지음 / 오월의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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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0시 40분,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일이다. 그 시간까지 택배를 배달하는 아저씨가 같이 탄 가족의 꼬마아이를 지긋이 바라보신다. 아마도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떠올리신 것 같다. 그 시간, 나도 퇴근길. 그나마 나는 나은 편이다. 엘리베이터 문만 열리면 집이니까.

 

<벼랑에 선 사람들>은 다들 힘들게 살고 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던 것들을 현장의 목소리로 확인시켜주는 책이다. 그 폭은 중산층이라 자처하는 도시의 소시민부터 세탁소, 트럭 행상, 식당 이모님, 청소부, 대리 운전 기사까지 광범위하다. 그들 모두 늘상 만나는 사람들이고, 아마도 오늘 탄 지하철 한 칸에 저마다의 사연으로 앉아 있었을 사람들이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버는 돈을 모두 저축하면 내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이렇게 힘든데 셋째를 나으라고? 아프면 다 망하는 거야, 병원에 가서 뭐해. 아프면 죽어야지.... 이런 생각을 책 속의 사람들만 하고 있는 걸까? 아니다. 발 한번 삐끗하면 우리 모두에게 닥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사진 찍고, 떢볶이 아줌마와 악수한다고 해서 서민편이라고 하는 건 조금 웃긴 짓이다. 혹시 가난은 개인 탓이고, 부동산은 시장 탓이고, 아픈 건 개인이 알아서 하고, 늙는 건 자연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도대체 국가는 왜 필요한건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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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황제 - 조선 마지막 황제 순종의 도쿄 방문기
박영규 지음 / 살림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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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망국의 왕에게 관심을 가지겠는가. 관심을 가진다 한들 유약하고 지친 왕의 모습쯤으로 여겨지게 마련이다. 사실 화가 날 것 같아 제대로 보려 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순종을 눈여겨본 책이 나왔다. 순종을 다룬 첫 책이 아닌가 싶다. 역사책을 볼 때, 사극을 볼 때 많은 도움을 받았던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저자 박영규 쓴 책이기에 우선은 믿음이 갔다. 


일제의 강제병합에 항거해 수많은 조선의 선비들이 자결을 택했건만, 왜 일국의 왕은 그러지 않았을까? 이 책을 짚으며 가졌던 생각이다. 소설은 순종이 일왕 요시히토에게 굴욕적인 알현을 하기 위해 떠나는 순종의 도쿄 방문기를 다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고종과 명성황후, 대원군을 비롯한 마지막 황족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고, 무너져가는 왕조의 신하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도 살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족을 포함해 믿었던 사람들에게 당하는 배신을 뜬눈으로 지켜봐야 했던 왕, 자신과 왕조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은 사람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순종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런 순종의 마음을 날카롭게 표현해낸 저자의 글쏨씨에도 탄복했다. 예를들어, 안중군의 의거를 정세를 혼란스럽게 하는 일정도로 생각했던 순종이 “중요한 것은 사람이지, 군함 따위가 아니다. 무기가 없다면 사람이 무기가 되면 되는 것이다. 단 한 자루의 칼도, 심지어 과도 하나도 가지지 못했지만, 내겐 그래도 몸이 있다.”라고 표현하는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책을 놓으며, 명운이 다한 왕조의 왕으로 살아남은 순종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약한 것이 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실 나는 승리도 생각해보지 못했고, 패배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마치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파닥거리기만 했다. 그물을 빠져나갈 생각 같은 것은 아예 떠올려보지도 못했다.”라고 고백해야만 하는 한 인간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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