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행복 스트레스 - 행복은 어떻게 현대의 신화가 되었나
탁석산 지음 / 창비 / 2013년 5월
평점 :
하루하루 일에 치여 살다 보면 행복은 사치다. 매일 사무실을 지키다 일 때문에 거리에 나선 오후,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이런 생각도 든다. "이 시간에 나만 일하고 있었던 거야!!" 사람들의 웃음 소리를 들으며 내 신세에 절로 한숨이 나올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모두 행복한데, 나만 불행한 것 같은 우울함은 그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런데 조금 억울한 건, TV에서 행복을 외치는 사람들이나 멘토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는 거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를 한다거나, 감사와 존경의 마음으로 관계를 맺는다면 행복이 찾아올 것이며, 심지어 그냥 웃기만 해도 저절로 행복해진다고 말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내가 잘못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불행하다는 얘기인데, 정말 그럴까? <행복 스트레스>는 우리 사회가 행복을 강요한다고 말한다.
역사상 행복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 것은 채 200년이 되지 않았으며, 그것도 벤담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라고 한다. 벤담의 <공리주의>가 고전이 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행복을 쾌락이라고 정의내린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때부터 행복=쾌락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행복의 크기를 잴 수 있다는 믿음이 아무런 의심없이 전 사회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행복 스트레스를 받는 근본원인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행복이 신의 은총, 행운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물론 그 옛날에도 사람들은 즐겁게 웃는 순간, 우리가 막연하게 행복일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을 겪으며 살았다. 다만 인간의 힘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가 아니었을 뿐이다. 지금 사용하는 행복의 의미로 그때 사람들이 오늘날보다 덜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인간의 힘으로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다는 믿음,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복해야 한다는 믿음이 우리 사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이 종교가 되어버린 사회, 행복을 강요하는 사회, 행복 강박증에 걸린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정치인부터 주변의 동료들까지 아무 생각없이 떠드는 행복이라는 말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감추는 포장지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