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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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완득이의 비명을 곧이곧대로 들어선 안 된다. 장애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를 둔 문제아 완득이의 진면목을 파고드는 똥주의 활약을 기대하시라.

틀림없이 주인공은 완득이다. 그러나 자꾸만 똥주에게 눈길이 간다. 언제나 욕을 입에 달고 다니고, 학생들의 간식거리를 압수해 챙기고, 문제아 완득이를 괴롭힐 궁리만 하는 똥주가 정말 선생이냐고?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가라고, 학교에선 그저 내 말만 들으면 된다고 하는 권위적인 선생에 비교하면 백번 천번 제대로 된 선생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요즘 아이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방황하던 내 어린 시절을 다시 돌아다보게 된다. 소크라테스가 살던 시절부터 시작된 “요즘 아이들은 문제다”라는 이야기를 그저 입버릇처럼 되내며 의식없이 기성세대가 되어가는 건 아닌지,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고민없는 어른이 되어가는 건 아닌지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든 책이다.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고민하는 자의 특권은 방황이다”라는 괴테의 말을. 동네 골목길을 걸어가는 반항기 잔뜩 어린 아이들을 본다면 이젠 “저 녀석이 완득이구나”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의 속 시원함이 내가 사는 이 땅 어딘가에서도 이뤄지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서 세월이 느껴진다면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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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전사들의 '이기는 기술'
프랭크 맥린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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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전사들의 '이기는 기술'이라. 그리고 BBC. 음... 일단 질러버렸다.
압도적인 적, 배신과 음모, 고도의 심리전 등 그야말로 한 순간의 판단이 생사를 결정짓는 전쟁터. 이 책의 주인공들은 그 전장에서 살아남아, 아니 승자가 되어 오늘날까지 기억되고 있는 사람들이다.

가장 눈이 가는 인물은 고대의 체 게바라, 스파르타쿠스다. 검투사의 반란으로 익숙한 바로 그 이름이다. 잡다한 언어와 문화를 지닌 야만족 노예들을 거느리고 거대한 로마에 맞섰던 그는 개인적 능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카리스마의 인물이었다. 또 언덕위의 정예 로마군을 공격하고도 승리를 거머쥔, 통상적인 전술의 개념을 넘어서는 천재적 전사이기도 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스파르트쿠스는 부하들에게 더 높은 이상을 갖게 했으며, 스스로 모범을 보였다. 바로 그 힘이 만신창이가 되는 백병전에서 한 번 더 공격하고, 한 번 더 찌를 수 있는 에너지를 모을 수 있게 했다. 적을 쓰러뜨려야만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나에게 스파르타쿠스는 충격이다.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나와 함께 하는 동료들부터 사로잡은 사람, 단연 스파르타쿠스는 최고의 전사다.

이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눈에 띈다. 그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비하면 장수로서의 능력은 한참 뒤떨어진 사람이다. 또, 성인이 되기 전의 거의 모든 기간을 볼모로 잡혀 있어야만 했던 비운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일본을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기다림이다. ‘시간 전쟁의 달인’이라는 칭호는 그에게 꼭 걸맞는 말이다. 적이 자신의 명예와 영토를 갉아먹는 와중에도 때를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은, 상대의 수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급해하지 않고 적의 빈틈을 파고들어 적을 내부에서부터 붕괴시키는 전술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스파르타쿠스, 코르테스, 도쿠가와 이에야스, 아틸라, 사자왕 리처드, 나폴레옹. 이 책은 이  6명의 전사들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만한 ‘이기는 기술’을 차례차례 다루고 있다. 사자왕 리처드는 다혈질의 전쟁기계,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시간전쟁의 달인, 코르테스는 비열한 실용주의자라는 제목만으로도 그들의 전략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기려면 뭘 하라는 식의 얕은 기술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BBC 다큐멘터리답게 전사들의 실제 전투 속에서 오늘날의 전쟁터에서 필요한 전사들의 자질을 찾아볼 수 있게 한다. 다 읽고 나니 왠지 가슴께가 묵직해지는 것 같다. 내가 만약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전쟁터에서 난 병졸로 살 것인가? 전사로 살 것인가? 내 인생의 전략을 새롭게 짤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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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유학 - 우리는 시골로 유학 간다!
고쿠분 히로코 지음, 손성애 옮김 / 이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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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좋은 것도 아닌데, 내겐 남들이 기억하기 힘들다는 서너 살 때의 기억이 있다. 충북 단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아궁이에 바람을 넣던 풍구며, 문지방의 나뭇결, 동네 어귀의 징검다리부터 뒷집 밤나무까지, 호미질하는 할머니와 그 옆 풀밭에 누워 있던 나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래서일까? 우리 아이도 꼭 그런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었다. 일가가 시골에 가서 살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것도 그리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던 차 눈에 띈 책이다. 산촌유학. TV에서 몇 번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다.

책에서는 저자의 아들 도모가 변해가는 모습, 그런 아들을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을 흐믓하게 읽을 수 있다. 책장을 덮으며, 산촌유학이 물질문명의 사회에서 어린 시절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사치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그런데, 하루만 보지 않아도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2년을 떠나보낼 수 있을까? 이건 이 책을 읽는 나의 숙제다. 우리 아이에 대한 사랑을 나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저자 고쿠분 히로코처럼 가슴 졸이면서도 단호하게, 머리가 아닌 몸으로 세상을 배우게 하는 부모가 된다는 것, 그거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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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이마고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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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간에 대한 신뢰와 존엄성에 바탕한 독특한 임상기록
‘신경장애 환자들의 임상사례를 문학으로 승화시킨 의학계의 연금술사’ 뒷표지에 쓴 올리버 색스에 대한 평이다. 실제로 이 책은 단순한 연구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해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성찰까지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책이다. 신경학이니, 심리학이니 하는 어려운 학문에 대한 이야기기 아니라 저자가 겪은 임상사례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인간의 능력 중 특정 부분을 상실하고 난 후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내는 글을 통해 저자의 인간에 대한 신뢰와 존중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인간은 병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든지 90살에 성적 충동을 느끼는 할머니, 2분만에 50명의 사람들의 특징을 잡아내 순식간에 재현해내는 틱 환자 등 이 책의 주인공들로만 치면 그야말로 ‘진료 기담’ 수준이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가 그토록 이상하게 보는 것들에 대해 주인공들은 자신이 병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때론 현재의 상태가 무척 만족스럽다고까지 말한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저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정신병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올리버 색스가 정신병이라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인간의 신체는 하나의 기능이 마비되면 다른 기능들로 이를 대체하도록 진화한다. 비록 원래의 상태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그렇기에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하는 일은 병명을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장애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 모든 인간에 대한 이해
신경이나 뇌가 인간의 행동을 지배한다는 것은 분명 무서운 말이다. 인간이 신경이나 뇌에서 나사 하나만 빠져도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질환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이겨내려는 인간의 노력은 놀랄 만한 결과를 보여줄 수도 있다.
저자는 실제 자신이 겪었던 임상 사례를 통해 시각인식불능증을 앓고 있지만(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자신의 행동을 음악에 일치시킴으로써 정상인보다 더욱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 자신의 손을 인식하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그 외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뛰어난 조각가가 되는 모습을 증언한다. 놀라운 사실은 저자 역시도 약간의 건망증과 틱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유명한 학자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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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과학하라 - 지식과 생각들의 핵융합 하이브리드 지식 1
최종덕.김시천 엮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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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마음에 끌리는 책이다.
그리고 뒤이은 시리즈명, '지식과 생각들의 핵융합 하이브리드 지식'

쉽고 재미있게 지식을 전하주겠다는 책은 많다.
그렇게 지식을 쌓아나간다는 건 한계가 있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쌓는다고 해도 결국은 모든 것을 알기에는 모자랄 뿐이다.
필요한 건, 그 지식이 현재의 나에게 어떤 물음을 던지느냐는 것, 그리고 물음에 대한 해답이 풍부한 생각의 곁다리를 만들어 주느냐 하는 것이다.
'철학으로 과학하라'에는 16가지의 물음이 있다. 과학의 객관성에서부터 과학과 대중의 소통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생각해볼 만한 주제들이다.

지식에 대한 색다른 접근이라는 접에서, 얼마 전 읽었던(보았던) 지식e와도 비교해볼 만하다.
올 여름 나도 하이브리드 지식 시리지를 통해 지식과 생각들의 핵융합을 시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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