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완득이의 비명을 곧이곧대로 들어선 안 된다. 장애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를 둔 문제아 완득이의 진면목을 파고드는 똥주의 활약을 기대하시라.

틀림없이 주인공은 완득이다. 그러나 자꾸만 똥주에게 눈길이 간다. 언제나 욕을 입에 달고 다니고, 학생들의 간식거리를 압수해 챙기고, 문제아 완득이를 괴롭힐 궁리만 하는 똥주가 정말 선생이냐고?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가라고, 학교에선 그저 내 말만 들으면 된다고 하는 권위적인 선생에 비교하면 백번 천번 제대로 된 선생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요즘 아이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방황하던 내 어린 시절을 다시 돌아다보게 된다. 소크라테스가 살던 시절부터 시작된 “요즘 아이들은 문제다”라는 이야기를 그저 입버릇처럼 되내며 의식없이 기성세대가 되어가는 건 아닌지,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고민없는 어른이 되어가는 건 아닌지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든 책이다.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고민하는 자의 특권은 방황이다”라는 괴테의 말을. 동네 골목길을 걸어가는 반항기 잔뜩 어린 아이들을 본다면 이젠 “저 녀석이 완득이구나”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의 속 시원함이 내가 사는 이 땅 어딘가에서도 이뤄지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서 세월이 느껴진다면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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