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문학동네 소설상 10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이즈음 근대의 물결은 더욱 거세게 밀어닥쳐 평대는 급속도로 팽창해갔다. 집집마다 전기가 들어오고 마을에 전화가 개통되었다. 당시 장군은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기상천외한 정책을 한 가지 시행했는데, 그것은 아침마다 동시에 온 국민을 깨우는 일이었다. 이때 그가 사용한 방법은 마을 한복판에 커다란 스피커를 설치해 자신이 직접 만든 노래를 크게 틀어대는 거였다. 그 시간은 평생 군인으로 살아온 장군이 매일 아침 점호를 위해 일어나는 시간이었다. 깊은 산속에 있던 평대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노래의 내용은 별로 귀담아들을 게 없었지만 그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새벽마다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사람들은 투덜대면서도 달콤한 이불 속에서 기어나오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소리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장군은 사람들의 잠을 빼앗아갔고 세상은 더욱 피곤해졌다.


문명을 깊은 산속까지 끌고 오는 데에는 마을 앞을 가로지른 철도에 뒤이어 금복의 공이 누구보다도 크다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차 한 대로 운영하던 운수회사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해 운행하는 차를 모두 열 대로 늘렸다.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평대로 유입되는 인구도 급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하는 일이 없어도 괜히 마음이 바빠 허둥거렸고 아무리 밥을 많이 먹어도 이유 없이 속이 헛헛해 다방을 찾아가 독한 커피라도 한 잔 들이부어야 겨우 속이 차는 듯싶었다. 또한 다방에 앉아 하릴없이 이 말 저 말 옮기다보니 사람들간의 관계는 더욱 번잡스러워졌고 시비는 늘어났으며 오해를 풀고 화해를 하느라 술값이, 혹은 커피 값이 더 많이 들어가 소비가 더욱 촉진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 마음속엔 어느덧 공허가 가득 들어찼고 금복은 이를 차곡차곡 돈으로 바꾸어나갔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법칙이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arcolepsy 2016-02-20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4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