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무렵이 지나서 엄마 요양원에 갔다. 민머리에 모자를 쓰고 갔다. 엄마는 쿨쿨 자고 있었다. 이제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나도 피곤해서 엄마 침대로 파고들었다. 엄마는 내 민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여기에 남잔지 여잔지 모를 사람이 있네."
"엄마 남편은 사노 리이치지?"
"아무것도 안 한 지 한참 됐어." 아무것도하는 건 뭘까. 설마 엉큼한 그것일까? 하지만 아무 생각이 없는, 왠지 투명하게 느껴지는 엄마가 그런 소리를 하더라도 엉큼하게 들리지 않는다.
내가 큰 소리로 웃자 엄마도 소리 내어 웃었다.
"엄마, 인기 많았어?"
"그럭저럭." 정말일까?
"나 예뻐?"
"넌 그걸로 충분해요."
또다시 웃음이 터져버렸다.
엄마도 따라 웃었다.
갑자기 엄마가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여름은, 발견되길 기다릴 뿐이란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엄마, 나 이제 지쳤어. 엄마도 아흔 해 살면서 지쳤지? 천국에 가고 싶어. 같이 갈까? 어디 있는 걸까, 천국은."
"어머,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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