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배도 나오지 않았고, 몸무게도 대학 시절과 거의 다르지 않고, 다행히 아직은 머리숱도 많다. 내세울 것은 건강 하나. 병 한 번 앓은 적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세월이란 것은 자기 몫을 걷어간다. 당연하다. 세월이란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세월이 세월의 기능을 하지 않으면 우주의 질서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그러니 나이 드는 게 딱히 서럽지는 않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서럽다고 여기지 않는다. 뭐 이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스무 살 때로 되돌아갈 수 있다 해도 귀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선다. 스무 살은 -그때는 그때대로 즐거웠지만- 인생에 한 번이면 족하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 든다. 나는 그런 식으로 과거를 돌아보고 싶지 않다. 과거가 있어 지금의 내가 있다. 하지만 지금 있는 것은 지금의 나이지 과거의 내가 아니다. 나는 어떻게든 지금의 나와 잘해보는 도리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