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좋아했던 것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2
미야모토 테루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남을 위한 배려나 느낌에 둔감한 시대야. 대학병원에 오는 환자들 중에 마음의 병을 앓는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나,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이 시대 자체가 인간의 마음에 둔감하다는 느낌을 받았어." 


 아아, 아이코가 갑자기 아이코다워졌다는 생각을 하며 나도 유리창에 비치는 빗방울과 그 소리에 녹아 들어갔다. 


"우리는 마음에 너무 민감하면 사회적인 방해꾼으로 취급받는 시대에 살고 있어. 마음의 느낌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이 사회의 둔감증을 견딜 수 없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히고 말아. 그러지 않고서는 자신을 지킬 수 없게 됐어." 


 "마음의 느낌? 무슨 느낌?" 


 아이코가 물었다. 


 "세상의 모든 느낌. 비가 내릴 것 같은 느낌, 내 몸 어느 작은 부분에 미세하게 무언가가 와 닿는 느낌, 슬픈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 부는 바람의 방향이 바뀔 것 같은 느낌, 보이지 않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 천장에서 벌레들끼리 싸우고 있는 것 같은 느낌, 흙 속에서 생명체가 태어나는 것 같은 느낌, 그 모든 느낌. 그런 것들을 알아차리게 해줄 매뉴얼 같은 건 없어. 가르칠 수도 없고 배울 수도 없어.." 


 "낚시의 명인은 아마도 그런 느낌에 누구보다 민감할거야. 같은 배 위에서 낚싯줄을 드리우지만 다른 낚시꾼들보다 더 많은 고기를 잡아. 그건 논리의 세계를 벗어나 있어. 내 사촌동생은 다른 건 젬병인데도 낚시를 잘해. 과묵하고, 낯을 가리고, 고등학교도 중퇴했어. 그런데 낚시만 했다 하면 그냥 명인이야. 낚시줄에 와 닿는 미세한 힘이나, 늘어뜨린 낚싯줄이 지금 몇 십 미터쯤에 이르렀는지, 그걸 직감으로 알아. 정말 부드러운 눈을 가졌고 마음 씀씀이가 따뜻한 아이야, 난 그 사촌동생을 정말 좋아해." 


 아이코는 베개에 오른 볼을 대고 어둠 속에서 나를 응시했다. 


 "요시, 지금 뭐 하고 싶어?" 


"산이 있고, 바다가 있고, 소리 지르지 않는 사람이 사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 대나무 숲이 보이는 여관에 머물면서 따스한 바람에 흔들리는 그 대숲을 무심히 바라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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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colepsy 2014-06-11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1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