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만화 Mr. Know 세계문학 10
이탈로 칼비노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접경 지역들, 지구의 한 층에서 다른 층으로 옮겨 가는 통로에서 그녀는 현기증으로 느꼈지요. 우리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즉 지구는 마치 거대한 양파 껍질처럼, 겹쳐진 지붕들로 이루어져 있고, 또한 각각의 지붕은 다른 지붕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동시에 모든 지붕은 최종적인 마지막 지붕을 예고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바로 그 마지막 지붕이 있는 곳에서 지구는 끝나며, 그곳에서 보자면 지구의 모든 내부는 이쪽에 있고, 그너머에서 단지 바깥세상이 있을 뿐이지요. 당신들은 그 지구의 경계선을 바로 지구 자체와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그 전체 덩어리가 아니라 단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이 바로 지구라고 믿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언제나 지극히 평면적인 차원에서만 살아왔으며,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도 존재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런 경계선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구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는 그것을 절대로 볼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지요. 우리에게 그것은 지극히 두렵고 또 터무니없는 전망으로 여겨졌답니다. 바로 그곳으로, 지구는 자신의 내장에서 배설하는 모든 것을 바로 그곳으로 분출하고 끈적거리며 내뿜고 토해낸 것입니다. 그것은 가스, 잡동사니 액체, 휘발성 물질, 보잘것없는 광물 등 온갖 종류의 쓰레기였습니다. 그것은 세상의 부정적인 측면이었고, 생각할 수조차 없는 것이었으며, 언뜻 떠올리기만 해도 우리는 역겨운 전율을 느꼈습니다. 아니 그것은 고뇌의 전율, 또는 정확히 말하자면 일종의 당혹스러움, 바로 일종의 현기증이었으며(그렇습니다, 우리의 반응은 생각보다 더 복잡했지요. 특히 르딕스의 반응이 그렇습니다), 거기에는 약간의 매력도 깃들어 있었습니다. 마치 공허감, 또는 두 갈래의 길, 막다른 길의 유혹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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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colepsy 2014-06-1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8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