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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부수는 말 -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이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오래 가슴에 남는 말들이 있다.
가정에서 자라나면서, 학교에 다니면서, 사회구성원이 되면서, 결혼하고 워킹맘으로, 주부로 살아가면서...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서 색깔만 흐려졌을 뿐 여전히 곱씹어도 이해는 되지 않는 말들.
책을 읽으며 과거의 크고 작은 상처들이 일부분 떠올랐고 그 중 하나의 에피소드를 리뷰에 녹여보려고 했다.
그러나 곧 나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나는..나는 권력의 언어와 관계없는 삶을 살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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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무엇을 들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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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21개의 화두를 던지고 그 안에 담긴 권력의 언어를 찾아낸다.
노동, 인권, 퀴어, 여성, 동물, 권력 등 듣기만 해도 어느 정도는 예상 가능한 화두도 있었지만,(물론 이 부분도 읽어보니 역시나 나의 사고가 우물 안 개구리같이 느껴졌다) 시간이나 색깔, 망언, 증언 등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범위까지 폭넓게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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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기회가 많은 권력의 언어에 지지 않으려는 저항의 언어는 상대적으로 목숨을 거는 몸부림에 가까웠고 그렇기에 정확하게 관찰하고, 정확하게 인식하고,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말해야 하고 무엇을 들어야 하는지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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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내려 갈수록 앞으로 배려해야할 것들이 무엇인지로 집중되었다. 권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저항의 언어는 없어지지 않겠지만 나부터라도 의식을 가지고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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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모든 사람이 모든 문제에 동일한 관심을 보일 수는 없다. 그러나 '관심없음'을 입 밖으로 뱉어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관심이 없어도 괜찮은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는 권력행위이기 때문에 놀란다. 고통의 우선순위가 내면화되어 있다는 것은 이 사회의 권력이 정한 고통의 크기에 의구심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P.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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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도서는 한겨레출판에서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