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에게 웃으면서 안녕
바바라 파크 지음, 고은광순 옮김, 오정택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사랑하던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그 사람의 가족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그 사람이 떠난 것은 하나님의 계시라고 위로했다.

 하지만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그 사람의 가족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장은 단 하나다.

 "왜 하필 우리 가족이란 말인가!"

 

  위로라는 것은 어쩌면 나이에 숫자가 더해질 수록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위로를 하는 것도, 위로를 받는 것도. 그것은 어떤 상처에는 어떠한 위로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스스로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위로를 하고 싶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위로라는 자체에 화가 날만큼 사람의 마음이 깨진 유리조각처럼 날카로울 수도 있음을 알기에 그저 위로하지 못하고 뒤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경우가 많은 어른이 되어버렸다.

 

 내게 이 책을 선물한 이는 행복한 겨울을 보내라고 말했다. 자신은 이 책으로 마음의 위안을 참 많이 받았다고. 그녀의 아픔을 알면서도 작은 위로조차 하지 못한 나는 책을 다 읽고 안절부절 못하고 그저 쌀쌀한 겨울 바람만을 매를 맞듯 서 있었다. 어쩌면 그녀는 내 위로가 필요한 건 아니였을까? 다정한 손길, 따뜻한 말투를 전해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슬픔에 빠진 그녀를 알면서도 혼자 발끝만 톡톡 쳐대던 몹쓸 성격인 내가 화가 나는 건 책 주인공이 겪었을 슬픔을 그녀 역시 겪었을 거란 생각에서이다.

 

 책은 믹의 누나 포엡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믹보다 한 살 많은 포엡은 믹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고 포엡 뿐만이 아니라 부모님 역시 슬픔에 빠져 지내게 된다. 이 책은 포엡이 믹의 죽음으로 부터 받은 혼란과 슬픔 그리고 믹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내 동생의 자전거가 도랑에 처박혔다. 그리고 나는 포옹당하거나 부축 받거나 심지어는 나를 만지는 것이 싫을 뿐이다.

 나는 믹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눈을 감고 내가 할 수 있는 오직 한 가지 일을 했다.

 나는 하나님에게 그것은 엄청난 실수였고 자전거에 탄 사람이 믹이 아니기를 기도했다. 나는 다친 사람이 믹이 친구이었기를 기도했다.

 미안하지만, 정말이다.

 그것이, 지금도 내가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다.>    -p.35

 

 포엡의 속마음이 너무 사실적이라 더욱 애가 탄다. 하나님의 계시라며 꿋꿋하게 가족의 죽음을 이겨낼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음을 알기에. 내가 사랑하던 누군가가 죽었을 때 나 역시도 그에게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내내 되뇌이고 되뇌였다. 왜 하필 그냐고, 왜 하필.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납득이 안되는 이유들과 위로들. 그 속에서 포엡과 가족은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죄책감에 빠져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마치 내가 포엡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책은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고 그의 감정 그대로를 느끼게 한다. 포엡의 마음을 쓰다듬을 수 없어 내 손은 점점 얼어붙고 그 손을 포엡은 따뜻하게 잡아주기 시작한다. 그 손에서 흘린 물방울이 어쩌면 포엡의 눈물이 아닐까?

 

 가장 사랑하던 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을 때 우리는 누구나 궁금해하고 두려울 것이다. 그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일까? 란 생각에. 그는 정말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가 있는 곳이라도 알 수 있다면 그가 잘 있는지 그가 괜찮은지 그가 있는 곳에서 그가 행복하길 빌어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있는 곳을 만들고 믿는 일은 어린 포엡에게는 힘에 부친다. 사랑하는 이를 어딘가에 두는 것, 그것이 그의 죽음을 인정하고 이별하는 일임을 알기에. 하지만 포엡은 알고 있다. 이별이란 어쩌면 새로운 인사를 건네는 것이라는 것을.

 

 어린이들을 위한 이 책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 속에 이 책을 품고 따뜻한 눈물을 흘릴 것이다. 일부러 짜내려는 눈물이 아닌 주인공과 자신도 모르게 하나가 되어 쌓인 슬픔을 쏟아내게 된다. 그리고 크게 한 숨을 쉬며 하늘을 바라보며  "안녕!" 이라고 인사를 하며 그 사람과의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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