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그 후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3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서석연 옮김 / 범우사 / 199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떻게 이책의 리뷰를 써야할까...? 쉬이 글이 쓰이지 않는 책을 택한것 같다. 어느 하나 쉬운책이 있겠냐마는 이책은 너무 힘들다. 마음에 와닿는 것이 없어서 글을 쓰기가 힘든것이 아니다.

책을 다 읽고난 내 마음 속에는 호수가 파장으로 출렁이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이 문제이다. 무엇부터 써야할까....

 

<그 후>라는이책은 나를 세번 당황시켰다.

 

첫째는 제목과 달리 이책은 그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다. 그후의 이야기가 시작될무렵 이야기는 끝나버리고 만다. 간단히 말하자면 한없이 간단한것이 이 책이 줄거리가 아닐까한다.

**주인공 다이스케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금전적인 걱정없이 나이 30임에도 불구하고 직업을 구하지 않고 집안의 원조를 받으며 책읽기와 산책을 즐기는 지식인이다. 이런 다이스케가 친한 친구의 부인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실이 들어나면서 집안으로 부터 돈이 끊기게 되지만 사랑을 포기하려 하지 않아 그는 일을 구하기로 결심한다.**

이것이 이책의 줄거리 전부이다. 일을 구하러 나가면서 이야기는 끝이나고 만다. 쉽게 말하자면

한없이 쉬운 줄거리...하지만 이 이야기가 전부인데도 페이지는 300페이지가 넘는다. 이것이 나를 당황시킨 두번째이다.

 

그 짧은 줄거리에 이 많은 페이지가 지루하지 않았던것이 나를 당황시켰다. 지루하지 않았을뿐더러 흥미진진했다. 전혀 긴장할것이라고 없는 줄거리다. 하지만 다이스케의 독백들이 과 작가의 시선이 나를 긴장시켰다. 다이스케는 겉으로 보기엔 부잣집에 태어나 그덕에 글공부만 하는 선비에 가깝다. 아는것은 많고 사회의 문제도 꿰뚫어보지만 굳이 그 사회에 끼기 보다는 방관하며 그 사회에 자신이 몸을 담그면 자신도 같이 더러운물에 물들것 같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비. 그가 다이스케다. 온전해지기 위해 감정의 변화를 겪지 않으려 애쓰며 누구보다 예민하고 민감하게 느끼면서도 평온한 척하려 애쓴다. 주위에서는 보기 좋은 한량이라 말하지만 다이스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이 아니라 혼자서 싸우고 있는것이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맞써서....스스로가 사회를 맞써서...양쪽다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다이스케의 머리속은 한없이 움직인다.

그 유리같은 평온을... 금이가면 순간 무너져 내릴 다이스케성이 언제 깨질까 기대하며 읽었다고 해도 거짓말이 아니다.  감정의  절제를 미덕으로 아는 다이스케가 자신의 사상과 고집의 성을 깨고 나왔을때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세번째로 나를 당황시킨 것은 분명 사랑에 흔들리는 다이스케를 보면 사랑소설인것도 같지만...다이스케 그의 친구 그리고 친구의 아내에 관한 삼각관계의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이야기의 진행에 초점이 맞쳐지기는 커녕 사랑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사랑이야기는 그저 다이스케를 위한 부수적인 것으로 작가가 집어 넣은 것같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하게 된건 이책을 두번 읽고 나서 이다.

 

두번이나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란점은 100년전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세월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색채와 아름다운 구절구절들,,,,,,주인공의 내면에 치우친 구성을 작가의 시선으로 외부와 이어주는 것은 사람들이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는 이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게 나쓰메 소세키의 책은 이책이 처음이었는데 모르는 작가의 첫 책을 좋은 걸로 시작한것 같다.

 

가슴으로 느낀것을 다 적지 못함이...

내 글의 한계가 이리도 절실히 느껴진다는것이...

속상하게 한다.

 

----------------------------------------------------------

기억에 남는 구절...

 

...그는 인간이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반대로 인간은 태어나서야 비로소 어떤 목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객관적으로 어떤 목적을 만들어서 그 것을 인간에게 부여하는 것은 그 인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태어날 때 이미 빼앗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따라서 인간의 목적이란 태어난 본인 스스로가 만든 것이어야만 한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이라도 그 것을 마음대로 만들 수는 없다. 자기의 존재 목적은 자기 존재의 과정을 통해 이미 천하에 발표한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