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를 날려줘 어른을 위한 동화 20
이윤학 지음, 엄택수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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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새를 만났습니다. 콩새는 몸집이 작은 귀여운 여자아이의 별명이랍니다. 별명을 부른다는 건 친하다는 표현이니까 콩새라고 부를려고 해요. 내가 콩새를 만난 건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이었어요. 그 비를 다 합치면 콩새가 흘린 눈물 가슴에 담아놓은 아픔이 될까요? 아니요, 한참이나 모자르겠죠? 이제 겨우 7살인 콩새가 참는 눈물이 콩새의 가슴에 담긴 한숨이 얼마나 많은지 콩새를 만나지 않았다면 짐작조차 못 할겁니다. 콩새를 만났습니다. 콩새의 울음과 슬픔 그리고 눈물을 가득담고 씩식하게 웃는 모습을 보며 나도 울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콩새에게도 저에게도 참 다행인 날입니다. 비가 와서 티가 나지 않을테니까요. 내일은 분명 맑을테니까요.
 
콩새네 가족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오빠입니다. 그런데 콩새의 식구는 자주 바뀐답니다. 아빠의 잇달은 실직으로 인해 콩새네 집은 가난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어린 콩새는 할아버지네, 큰 이모네서 살다가 외할머니네 집으로 오게 되었어요. 콩새 혼자만요. 엄마와 오빠는 그리고 가끔 집에 들어오는 아빠는 함께 사는데 어린 콩새는 이리저리 친척들의 손에서 자라야 했어요.
 
<엄마, 가끔 난 그런 생각을 해. 엄마는 왜 날 놔두고 오빠만 데려 갔을까. 외삼촌은 우리집이 가난해서 둘 다 키울 수 없어서 그렇다지만, 난 이해가 안 돼. 엄마는 왜 날 두고 오빠를 데려갔어. 난 오빠보다 어리니까 엄마가 더 필요한데 말이야. 어떤 날은 이런 생각들이 나를 못살게 굴어. 내가 엄마 마음을 다 이해하려면 몇 밤을 더 자야 될까. 엄마를 다 이해할 수 없다는 건 슬픈 일이야. 난 엄마를 사랑하는 만큼 엄마를 다 이해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돼.>
 
마음을 놓고 콩새가 지낼 수 있었던 곳은 엄마와 오빠랑 같이 살던 단칸 셋방이었지만 그 다음으로 좋았던 곳은 외할머니와 외삼촌이 사는 집 죽변이었어요. 죽변에는 콩새가 이름 붙여준 '선물'이라는 플라타너스 나무도 살고 콩새 등을 쓸어주는 할머니도 살고 삶을 달걀을 까주는 외삼촌도 있으니까요.
 
실은, 콩새가 외할머니네로 오기 전에 친척집을 전전하며 많이 슬픔을 가슴에 담아야 했어요. 친 할아버지와 새 할머니 그리고 이복삼촌은 콩새가 잘못하면 밥도 주지않고 다락방에 가둬두기도 했어요. 일주일 동안이나요. 그 다음으로 간 곳은 큰 이모네 였어요. 큰 이모에게는 지숙이라는 외동딸이 있었는데 지숙언니는 틈만 나면 콩새 머리를 엉망으로 해놓고 밖으로 내보내 "나 예뻐요?"라고 말하게 했어요. 콩새는 너무 창피해서 눈물이라도 나올 것 같았어요. 화가 난 콩새는 지숙언니의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버렸고 외할머니네로 오게 된 거예요. (실은, 그렇게 짧게 자를려는 건 아니었는데.) 콩새는 외할머니가 돌아오는 길에 해준 이야기를 가슴에 담아 놓았어요.
 
"저 햇빛 부스러기를 봐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은 가질 수 없는 거란다. 그래서 아름다운 거란다. 손에 쥐는 순간 보석의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거란다. 마음으로 봐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볼 수 있는 거란다."
 
콩새는 그 말은 가슴에 꼭꼭 담아 놓았어요. 가질 수 없는 보석을 마음에 담을려고. 그래요. 콩새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되려고 하거든요. 외할머니가 콩새에게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되라고 했답니다. 그때 콩새는 외할머니 말을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야기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젠가 아빠는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날 것이다. '기다라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다. 언젠가 꼭 돌아온다고 믿는 게 힘든 일아다.' 외할머니가 나를 업어 재우며 들려주신 말씀이다.>
 
콩새는 욺음을 참는 법을 웃는 법보다 더 빨리 배웠는지도 몰라요. 무언가를 조르지도 않고 엄마와 아빠가 보고 싶다고 조르지도 않아요. 콩새는 이미 마음은 어른인가봐요.그 사실이 참 슬퍼서 콩새가 옆에있음 실컷 울게 해주고 싶어요. 믿는게 더 힘든 일이다. 정말 그래요. 
 
<엄마 눈동자 속에 별이 모였다. 멍든 엄마 목덜미 때문에 슬퍼졌다. 엄마의 체크남방 단추 두 개가 떨어져나갔다. 체크남방 속으로 보이는 속살 때문에 눈물이 났다. 나에게는 별이 아름답게 보인 적이 없었다. 나는 엄마가 보는 별 중에서 두 개만 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추를 달아주고 싶었다.>
 
소원 하나만 말하라면 콩새는 주저없이 가족이 다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일거예요. 외할머니, 외삼촌도 함께요. 콩새에게 그걸 선물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별 두 개만이라도 선물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피터팬에게 부탁해야 할까요?
 
<엄마, 사랑은 정말 힘든 거야. 사랑받는 건 쉬운데 사랑하는 일은 힘든 것 같아. 그래서 엄마와 아빠도 그렇게 싸웠던 걸까? 사랑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으니까 엄마와 아빠도 나만큼이나 힘들었을까?>
 
예쁜 콩새. 강아지 재롱이를 키우며 사랑하는 법을 깨달아가요. 콩새는 할머니를 통해
자연을 통해 깨닫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는 아이랍니다. 세상에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는 가슴은 많지 않아요. 그걸 담으려면 그 만큼의 눈물을 흘려야 하거든요. 콩새가 흘린 아픔과 눈물이 아름다움을 넣을 보석상자가 되어 준 거랍니다. 콩새에게는 살면서 빛이 되어줄 보석상자가 있어요. 참 다행이에요.
 
<...외할머니만 낫게 해줬으면 좋겠어. 지금 내 바람은 이것뿐이야. 외할머니만 낫게 해준다면 엄마를 조금 더 늦게 만나야 한대도 참을 수 있어. 난 기다리는 건 하나도 안 힘들어. 하지만 외할머니가 아픈 건 힘들어. 엄마, 난 엄마보다 외할머니를 더 사랑하고 있나봐. 그래서 엄마한테 미안해. 엄마는 이 세상에서 날 가장 사랑할 텐데 말이야.>
 
콩새는 외할머니가 아프셔서 또 이모네로 가게 되요. 콩새는 얼마나 지나야 집에 가게 될까요? 얼마나 지나야 마음껏 울게 될까요? 콩새가 마음껏 날 수 있게 되도록, 많이 웃을 수 있도록 해님에게 부탁드리고 싶어집니다. 해님을 닮은 콩새를 행복하게 해달라고.
 
<내 새를 날려줘>는 어른을 위한 동화예요.
그래서 일까요? 읽는 내내 가슴이 맑은 눈물로 가득차 올라 그것을 콩새와 함께 쏟아내다 보면 다 읽은 후에는 가슴이 후련하다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콩새와 외할머님의 말 하나에 마음 하나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씌여진 색안경을 벗게 되고 세상이 살아볼 만하다고, 따뜻함이 아직은 세상에 있다고 믿게 됩니다. 콩새가 행복해 할 세상은 어른인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씩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을 해야 겠어요. 콩새야, 너가 자유로이 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줄게. 꼭 그렇게 해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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