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게티 신드롬 - 2022 프랑스 앵코륍티블상 대상 수상작 반올림 59
마리 바레이유 지음, 최윤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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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이 글을 씁니다. 맘 같아서는 바로 이런 책을 기다려 왔다고 호들갑을 피우고 싶지만 뒷광고라고 손가락질할까봐 최대한 덤덤하게 적습니다. 하지만 <원더>와 함께 수업 시간 교재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주인공 레아가 에어 레아로 불렸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표면적으로야 에어 조던의 이름을 딴 것이겠지만 레아 앞에 붙은 에어라는 이름에 이카루스가 겹친다. 이카루스는 너무 높이 오르려다 추락하는 존재다. 동생 아나이스에 비해 레아가 재앙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던 이유는 레아가 유별난 철부지여서가 아니라 레아가 손 쓸 수 없을 만큼 높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비단 농구로서의 재능이나 업적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부모의 세계와 일치 정도에서도 그렇다. 레아는 부모의 세계와 결별이라는 청소년기의 발달 과업을 받아들이기엔 태양(특히 아빠. 아니 지도를 같이 그려가는 부녀라니...)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

<스파게티 신드롬>은 서서히 절정으로 치닫다가 한순간 몰락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극 초반에 재앙이 덮친다. 그런 면에서 탄원하는 테베 시민으로 시작하는 <오이디푸스 왕>의 이야기 구조와 흡사하다. 오이디푸스가 자신을 덮친 납득할 수 없는 재앙을 비틀거리며 수습하려 했듯이, 그리고 그 수습(특히 스스로의 눈을 찌른다는 선택-그 선택은 분명 신탁에는 없었던 결말이다)의 방향이 신에 대한 저항이자 자신의 지도는 자신이 선택하겠다는 준엄한 선언이듯, 레아의 이야기도 재앙 이후를 필사적으로, 동시에 비틀거리며 수습하는 이야기다.

이 재앙을 통해 레아가 알게 된 것은 인생이란 더할 나위 없이 연약하다는 것(“그러니까 아빠, 걱정하지 마. 나 지금 아주 잘 지내. 결국, 인생은 연약한 것임을 알게 된 건 굉장한 행운이야”, 336)임과 동시에 우리가 재난은 피할 수 없지만 재난에 대응하는 방식은 선택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책날개에 청소년소설이 담아야 할 모든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는 말이 약간의 허세처럼 느껴졌는데, 다 읽고 나니 과연 다 있다. 특히 3‘S가 들어 있다. sports, X, 그리고 syndrome. 그러니 올해의 청소년소설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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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응원합니다 - 학교 혁신을 위한 교사들의 입문서
천정은 지음 / 맘에드림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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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나서 몸의 온도가 1도쯤 높아졌다. 그러고나선 용기 비슷한 걸 내볼 수 있게 되었는데, 이러니저러니해도 교사란 수업이 잘됐을 때 최고로 행복해지는 존재 아닌가.
지금껏 읽어본 교육관련 도서 중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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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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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천명관스럽지가 않다. 왜 이러나. 천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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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전집 1 - 시 김수영 전집 1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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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김수영 

 

비가 오고 있다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명령하고 결의하고 

'평범하게 되려는 일' 가운데에 

해초처럼 움직이는 

바람에 나부껴서 밤을 모르고 

언제나 새벽만을 향하고 있는 

투명한 움직임의 비애를 알고 있느냐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순간이 순간을 죽이는 것이 현대 

현대가 현대를 죽이는 '종교' 

현대의 종교는 '출발'에서 죽는 영예 

그 누구의 시처럼 

 

그러나 여보 

비 오는 날의 마음의 그림자를  

사랑하라 

너의 벽에 비치는 너의 머리를 

사랑하라  

비가 오고 있다  

움직이는 비애여 

 

결의하는 비애 

변혁하는 비애...... 

현대의 자살 

그러나 오늘은 비가 너 대신 움직이고 있다 

무수한 너의 '종교'를 보라 

 

계사 위에 울리는 곡괭이 소리 

동물의 교향곡 

잠을 자면서 머리를 식히는 사색가 

- 모든 곳에 너무나 많은 움직임이 있다 

 

여보  

비는 움직임을 제하는 결의 

움직이는 휴식 

 

여보 

그래도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느냐 

그래서 비가 오고 있는데! 

 

....... 과학고로 첫 출근하던 날. 

저녁 7시 넘어 어두워질 무렵까지 공부를 하다가 퇴근하러 건물을 나서는데 

뜻하지 않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미 당도한 어둠 속에서, 마음은 좀 심란한데, 아랑곳하지 않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러고는 이 시가 마음 속에 파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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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종의 기원 - 일러스트로 보는 다윈의 삶과 진화론
마이클 켈러 지음, 니콜 레이저 풀러 그림, 이충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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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윈 시대 쯤 오면 종은 불변한다'는 생각은 더이상 받아들여지기 어렵게 되었다.  

한 시절의 오고 감이 그와 같다. 이미 징후들과 주장들은 여기저기 차고 넘친다.  

누가 정리하느냐의 문제지. 그러니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는 날아 오른다. 

 

  '종은 변한다'는 명제가 서서히 주장되고 있을 무렵, 이제 필요한 것은 합리적인 설명이다.  

그 변화는 어째서, 어떤 방향으로, 어떤 힘에 의해 일어나는 것인가, 하는.  

 

 여기서 다윈은 멜서스에게서 영감을 받는다. 말하자면, '궁핍'테제. 

자연은 생물에게 무한히 씨를 퍼뜨릴 권리와 능력은 주었지만, 

생존에 필요한 식량, 공간, 물, 배우자 등은 충분하게 주지 않았다는 것. 

필연적으로 궁핍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자, 그렇다면 살아 남을 자와 죽어 없어질 자는 어떻게 결정될 것인가.  

다윈에 의하면 자연이 선택한다는 것이다.  

냉정한 조정자로서의 자연.  

환경에 잘 적응하는 종은 살아 남을 것이고,  

그 'fit-n-survival'이 반복되는 결과, 종은 변화할 거라는 것.  

 

 다윈은 자신의 연구가 통찰을 얻을 수록 '설계자'로서의 신의  

역할을 부정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를테면, 살인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록 사건의 중심에 아버지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처럼. 

(뭐, 그런 테마의 세익스피어 희곡이나 그리스 비극이 없을까) 

 

 다윈의 진화론이 어느 정도 밝혀진 이후에도 인류는 '그래도 인간은 다르다 '는 주장을 

아주 포기하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믿는 구석은 '이성'이라는 놈.  

 

 인류의 오랜 논쟁은 이 퍼센티지의 싸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 인간, 혹은 인류 전체의 총체적 삶을 놓고 보았을 때  

생물학적 조건 : 이성의 퍼센티지가 얼마나 될까. 

거칠게 말하자면 신체와 이성, 누가 우위인가의 논쟁. 

 

'마음의 작용도 결국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라는 이 즈음의 진화심리학이 흥미로워지는 것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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