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이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근 박물관에서 독립운동가의 유묵을 발굴하고, 그 아들인 백발 노인이 전시장을 찾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해서 큰 화제가 되었는데, 알고 보니 독립 운동가의 것이 아니라 악질 친일파의 것이라 해서 논란이 일었다. 단순 착오라도 큰 잘못인데, 알고 보니 유홍준 개인 소장품이라 문제가 더 커진 모양이다.


최근 '국중박'의 인기가 최고조라 하지만, 참신한 전시와 굿즈에서 비롯된 관람 열풍은 어디까지나 전임 관장 시절부터 시작된 것이니, 유홍준은 거기에 별로 기여한 바가 없다고 봐야 맞다. 미술사학자에 문화재청장 이력 때문에 낙점된 듯하지만, 그간 숱한 논란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방송 출연 등 나서기 좋아하는 면모 때문에 과연 적임자인지는 의문이었다.


어찌 보면 최근 소방 예산 '빨대'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추미애 경기지사와도 유사하다고나 할까. 그쪽도 평소에 숱한 논란을 자초해 왔으니, 이번에도 '결국 사고 칠 줄 알았다'는 반응이 상당히 많은 듯하다. 과거 자신의 오만을 반성한다며 '삼보일배' 쇼까지 벌였는데도 여전히 그 성질머리를 죽이지 못해 아군의 발목만 붙잡는 자폭만 거듭하니 한심한 일이다.


유홍준이라면 베스트셀러 저자에 TV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인물이지만, 사실 학술적으로는 오래 전부터 여러 비판에 직면했던 것이 사실이다. 문화재 관련 설명에 대해 성낙주가 제기한 비판이라든지, 추사 연구에 대해 박철상이 제기한 비판이 대표적인데, 양쪽 비판자 모두 학계와 동떨어진 독립 연구자여서인지 타격이 크진 않았던 듯하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도 쇄를 거듭하면서 각 장 말미에 본문 내용을 바로잡은 첨언이 여럿 달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름 정확성을 기하려는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뒤집어 보자면 애초부터 오독이나 억측 같은 내용 오류가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니, 이른바 '아는 만큼 보인다'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저자며 서적의 위상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전력을 감안해 보면, 이번 친일파 유묵 논란도 오독과 억측에다 오만과 경솔을 곁들인 전형적인 '유홍준 식' 사고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단돈 5만 원에 구입한 붓글씨를 잘못 감정했을 뿐만 아니라, 실수를 지적받았을 때에도 자신의 치부는 감추고 마치 박물관 자체가 잘못한 것처럼 둘러댔기에, 결국 진상이 폭로되면서 더 큰 논란과 비난에 직면했으니까.


미술계와 운동권 활동으로 쌓은 인맥에, 베스트셀러 저자로서 얻은 영향력까지, 이른바 '문화 권력'으로서 유홍준이 지닌 부정적인 면모에 대해서는 무려 사반세기 전에 강준만이 <인물과 사상>에서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그중 하나인 "겸손은 우리 시대의 악덕인가?: 더 이상 지적하고 싶지 않은 유홍준의 권위주의"(9권, 1999)에서는 다음과 같이 읍소한다.


"나는 유홍준 교수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선 유 교수가 좀 듣기 싫어할 말씀을 드려야겠다. 그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 때문이다. (...) 완벽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의외로 아주 간단한 일인데도 그걸 외면하는 유 교수의 강한 '소신'이 궁극적으로 유 교수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267쪽)


결국 그 '소신'인지 '오만'인지를 버리지 못한 탓에 망신하고 불명예 퇴진까지 하고 말았으니, 이번 논란도 '사람은 자신의 무능이 드러나는 지위까지 승진한다'는 '피터의 법칙'의 또 다른 사례가 아닐까 싶다. 향후 다시 관직을 얻을 가능성은 없겠지만, 베스트셀러 저자로서의 명성은 여전하니 몇 년 지나면 또다시 책 쓰고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지 않을까...



[*] 마침 며칠 전에 버릴 책을 정리하다가, 성낙주의 기고문 "문화전사 유홍준의 미덕과 해악"(<인물과 사상 2>, 개마고원, 1997)을 비롯해 유홍준에 관한 비판이 수록된 <인물과 사상>이 여러 권 나오기에 이번 논란과 연관지어 다시 한 번 읽어보려고 놓아두었던 참이다. 성낙주라면 현직 교사 신분으로 공모전에 당선된 소설 <차크라바르탄>의 저자로 기억하지만, 이후에는 석굴암을 비롯한 불교 미술에 대한 저서를 여럿 내놓아서 그간의 통설과 오해를 실증적으로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근황이 궁금해 구글링해 보니 2020년에 지병으로 타계했다기에 안타까웠다. 추사 연구자 박철상도 본래는 은행원으로 근무하며 '취미로 추사 연구를 하는 사람이다'였는데, 유홍준의 <완당평전>에 나타난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해서 결국 절판시킨(!) 것으로 유명해지고, 이후 추사 관련서 여러 권과 번역서 등을 간행했다고 알고 있다. 진지한 연구자보다 유쾌한 재담꾼이 인기를 얻는 것은 세상의 이치이니 어쩔 수 없는가 싶다가도, 결국에는 그 재담꾼이 얕은 재주를 믿고 오만하게 굴다 자승자박한 꼴이 되었으니 사필귀정인가 싶기도 하다. 이전에도 여러 번 지적했듯이, 학자와 저널리스트를 혼동하고, 인기와 권위를 혼동하는 대중의 잘못된 습관이 그런 '문화 권력'을 만들어낸 셈이니 씁쓸할 수밖에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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