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나온 <박완서의 낱말들> 책 소개 글에서 하나 이상했던 것은 배우 고아성의 추천사이다. "사캐즘(sarcasm)이라 하는 현대식 비꼬기를 박완서 선생님은 옛날에 다 해냈다." 이 문장만 보면 '사캐즘 = 현대'이고 '박완서 = 옛날'이라는 주장 같은데, 문제는 "비꼬기"나 "빈정거림"이라고 흔히 번역되는 저 영어 단어가 박완서보다 훨씬 더 먼저 있었다는 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박완서 이전의 한국 문학이나 세계 문학에서 '비꼬기'나 '빈정거림' 같은 표현이 전무했다 볼 수는 없을 텐데, 고아성의 추천사는 마치 '21세기에나 가능한 것을 박완서는 20세기에 미리 해냈다'며 격찬하는 듯하니 이상할 수밖에 없다. 혹시 저 영화배우의 말처럼 2026년 현재에 와서야 정립된 별도의 '새카즘'이 있는지까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고아성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독자에게도 와닿는 박완서 작품의 탁월함을 강조하려는 뜻이었겠지만, 언젠가 이승철이 나이 어린 팬으로부터 '제2의 조성모가 되시라'는 격려를 들었던 것처럼, 또는 박완서가 과일장수로부터 '선생님도 불우 아동 수기 <저 하늘에도 슬픔이>처럼 좋은 책 많이 쓰시라'는 덕담 아닌 덕담을 들었던 것처럼 뭔가 살짝 어긋난 비유 아닐까.


박완서는 사변 직후 미군 PX에서 일하며 자기가 따낸 '오더'로 초상화를 그린 화가들을 (그중 하나가 무려 '박수근'이었다!) 멋모르고 하대했었다며 자책했었는데, 이에 착안해 '박완서는 21세기에 와서야 보편화된 갑질의 문제점을 20세기에 이미 통찰한 선각자'라며 추켜세운다면 민망할 것이다. 나귀님이 보기에는 고아성의 추천사도 이와 비슷하지 않나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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