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했다. 앞서 낙마한 여성부 장관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 보면 장관은커녕 의원 출마 단계에서부터 일찌감치 걸러냈어야 마땅한 인물 같은데,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무사했을 판에 굳이 한 자리 더 해먹겠다고 나섰다가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말았으니 한심한 일이다.
그나저나 해당 인물의 코로나 백신 로비 의혹에 대한 해명 과정에서는 무려 '구멍난 솥의 논리'까지 등장하기에 희한한 일이다 싶었다. 프로이트의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에 소개된 농담 중 하나인데, 누군가 이웃에게 솥을 빌려주었다가 나중에 돌려받고 보니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솥을 망가트렸다며 주인이 따지자 이웃은 태연하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첫째, 나는 솥을 빌린 적이 없다. 둘째, 내가 돌려줄 때에는 구멍이 없었다. 셋째, 내가 빌렸을 때부터 구멍이 있었다.' 물론 뻔뻔한 이웃이 이 세 가지 주장을 한꺼번에 내놓았을 리는 없다. 십중팔구 처음에는 '내가 언제 솥을 빌렸느냐?'고 발뺌하다가 궁지에 몰리자 '솥을 빌린 것은 맞지만...' 하고 시인한 다음, 변명에 변명을 거듭하다 자승자박을 한 셈이 아니려나.
문제는 이 세 가지 주장을 따로따로 놓고 보았을 때에는 별 문제 없지만, 한 자리에 모아놓으면 상호 모순이므로 궤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번 장관 후보자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충분히 좋은 내용이라 국익에 도움이 된다 생각해서 청탁했다'고 주장하다가, 나중에는 '제가 문과라서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까지는 몰랐다'고 상반되는 주장을 내놓아서 빈축을 샀다.
차라리 애초부터 '내용은 잘 몰랐다'고 잘못을 일부 시인한 다음, '보건이며 국익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너무 성급했었다'고 솔직히 사과했더라면 최소한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라도 보였으니 참작의 여지가 있었겠지만, 오만하게도 그때그때마다 지적에 대해서만 변명하고 넘어가다 보니 '구멍난 솥'처럼 상호 모순이 드러났던 것이다.
앞서 낙마한 여성부 장관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애초에 겸손하지 못하고 거만하게 굴다가 자멸한 셈이 아닐까. 물론 의원에다 장관 후보까지 오른 사람이니 퍽도 잘난 편이었겠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고 잘못을 인정하기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물론 쓰다 보니 나귀님도 사소한 것부터 상당한 것까지 최근에 저지른 이런저런 잘못들이 떠올라 살짝 뜨끔하기는 하다만...
[*] '구멍난 솥' 농담은 프로이트 관련서에서 오역을 촉발하기 쉬운 내용이기도 한데, 왜냐하면 원래는 구구절절 긴 변명 속에서 따로따로 등장하는 주장을 위와 같이 상호 모순인 세 문장으로 요약하다 보니 얼핏 보아서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코린 마이에르의 만화 <프로이트>에서도 딱 그 부분에서 오역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