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매장에서 이번 주말에 특별 할인 행사를 하는 모양이다. 구매 금액 3만 원 이상은 4천 원, 5만 원 이상은 1만 원 즉시 할인이라니 제법 쏠쏠한 혜택인 것처럼 보이지만, 몇 주 전에만 해도 구매 부수 2권 이상은 10%, 4권 이상은 20%, 6권 이상은 30% 할인 행사를 했었으니, 어찌 보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혜택의 폭이 더 줄어든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귀님이야 지난번 행사 때에도 굳이 중고매장을 방문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굳이 찾아가지는 않을 생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살 만한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번 지적했듯이, 물건이 괜찮으면 가격이 안 좋고, 가격이 좋더라도 여러 매장에 한 권씩만 있으니 교통비나 배송비까지 감안하면 새책과 별 차이가 없어져서 구입을 꺼리게 되는 거다.


지난번 할인 행사 때에도 전부터 사고 싶은 물건이 딱 한 권씩만 있었던 논현점과 부천점을 하루씩 찾아가 볼까 생각해 보았지만, 우주점에 올라온 재고 목록을 훑어도 한 곳에서 2권 이상 구입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워 보여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니 이제 최소한 3만 원 이상 구입해야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행사라면 더욱 더 참여하기가 어렵지 않겠나.


나귀님이 살까 말까 생각 중인 저 책들의 상태를 보면 알라딘 중고매장의 현 상황이 여실히 드러나는 듯하다. 원체 보기 드문 책들이어서 예전 같으면 누가 진즉 가져가 버렸을 법한데, 나귀님이 발견한 지 6개월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팔리지 않고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나귀님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이용자들도 구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어찌 보면 중고매장의 문제는 우후죽순식 확장의 역설로도 보인다. 중고 물품의 공급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매장이 늘어나는 만큼 상품은 줄어들게 마련이어서, 이제는 중고 서적 대신 신간이나 문구를 더 많이 진열한다. 그나마 남아 있는 중고 물품도 대부분 악성 재고일 뿐이고, 나귀님의 경우처럼 어쩌다 살 만한 물건이 있어도 사방팔방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중고매장 초창기에 종로점이나 신촌점에 가면 늘 한두 박스씩은 구입했던 나귀님이지만, 지금은 매장마다 살 만한 물건이 한 개쯤 뿐이고, 그나마도 가격이 맞지 않거나 배송료가 아까워서 사지 않고 버티는 참이니, 그 물건은 머지않아 악성 재고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반짝 할인 행사 대신 가격이나 배송료 인하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결국 덩치 늘리기에만 골몰해 매력을 상실한 것이 알라딘 중고매장의 현 상황이 아닐까 싶다. 매장은 늘어나고, 상품은 줄어들고, 수익도 줄어드니 가격을 올리자고 생각했겠지만, 이용자라고 해서 무조건 수긍할 리는 없다. 중고 구매의 매력은 어디까지나 '싼 맛에 하나 더' 산다는 것인데, 중고매장의 정책은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으니 외면당하는 것이 아닐까.


문득 예전 어느 헌책방 사장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주인은 절대 손님보다 똑똑한 척 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1만 원짜리 책이 있어도 9천 원만 부르면 손님은 '여기는 주인이 가격을 잘 몰라서 싸게 판다'고 생각해서 단골이 되지만, 항상 제값을 부르면서 에누리조차 없으면 손님도 횡재하긴 글렀다고 생각해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구입을 삼가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젊은이들이 술을 마시지 않아서 대학가의 식당들이 폐업까지 고려한다는 뉴스 기사가 나온다. 음주 문화가 바뀐 것도 사실인 듯하지만, 그보다는 코로나 이후 급격히 인상된 주류와 음식 가격의 영향도 없지 않을 듯하다. 뒤늦게 가격을 내리는 곳도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아닐까. 나귀님 보기에는 알라딘 중고매장의 상황도 다르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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