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양반이 까먹었는지 태블릿을 놓고 나갔기에 오랜만에 유튜브에 들어가 보니, 배우 김석훈의 채널에 고액 세금 체납자 압수품 경매를 살펴보는 동영상이 있기에 클릭해 보았다. 이 배우는 홍길동이며 "궁금한 이야기"며, 여하간 반듯한 이미지로만 생각되었는데, 의외로 중고 물건을 좋아해서 종종 찾아다닌다기에 신기하면서도 뭔가 친근한 느낌까지 생겼다.


간혹 뉴스에서 국세청 직원이 고액 세금 체납자의 자택을 급습해서 집안 곳곳에 숨겨놓은 현금이며 각종 고가 물품을 압수했다는 내용이 보도되는데, 이번 경매는 그렇게 압수한 물품을 처분하는 자리였다 한다. 경매는 3월 11일에 이미 끝났으며, 김석훈은 경매를 앞두고 진행사인 서울옥션을 방문해서 미리 물품을 확인하고 설명을 듣는 내용을 콘텐츠로 제작했다.


압수품 중에는 가방과 장신구 같은 각종 "명품"은 물론이고, 미술품과 골동품에 심지어 와인까지도 있었는데, 의외로 책도 한 권 있어서 특이하다 싶었다. 지난번 최화정 유튜브에서 윤유선 집에 있다고 나왔던 데이비드 호크니의 초대형 화집인데, 출간 당시 가격이 수백만 원대이고 지금은 더 뛰었으니 충분히 고가 물품이라고 간주되어 압수 대상이 될 만해 보인다.


김석훈도 가방과 장신구와 와인 같은 각종 "명품"보다는 이 책을 마음에 두었던 모양이다. 추정 낙찰가 300-700만 원이라서 자기도 400만 원까지는 쓸 의향이 있었다지만, 실제 경매의 진행 상황을 살펴보니 이미 830만 원까지 가격이 오른 상태여서 응찰도 못 하고 깨끗이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나귀님 입장에서는 저 응찰가가 뭔가 너무 비싸지 않은가 싶었다.


왜냐하면 지난번에 쓴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호크니의 초대형 화집은 원래 정가 400만 원이지만 지금도 알라딘에서는 850만 원에 구입 가능하다고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래 저 초대형 화집에는 전용 받침대도 끼워주었던 반면, 이번에 경매에 나왔다는 화집은 그 받침대가 없는 듯했다. 신품을 850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면 중고로 830만 원은 비싸지 않나?


물론 애초에 9,000부 한정판이고 해외에서는 모두 품절이니 830만 원에 구입해도 충분히 이득이겠지만, 만약 알라딘에 재고가 있다면 차라리 적립금 25만 원 받고 정가 850만 원에 신품을 사는 편이 더 이득일 것이다. 관건은 알라딘의 재고 유무인데, 어쩌면 진짜로 창고에 먼지 쌓인 재고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또 어쩌면 "전산 착오"로 재고 없는 책일 수도 있다.


여하간 진짜로 있다고 치면, 딱 "콘텐츠 각"이기는 하다. "정가 850만 원, 전세계 9,000부 한정판, 전설의 희귀본 구입기!"라며 주문부터 "언박싱"까지, 아니, 한 발 더 나아가 그걸 중고매장에 들고 가서 정가의 20퍼센트인 170만 원에 중고로 되파는 과정까지 찍어보면 제법 화제가 되지 않을까. 알라딘 회원 중에 혹시 유튜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시도해 보시라.


그나저나 저 화집의 낙찰가가 얼마인지 궁금해서 구글링했더니, 경매 결과는 서울옥션 회원에게만 공개된다 해서 결국 알아내진 못했다. 한 번 부른 가격이 떨어질 리는 없으니 결국 830만 원 이상의 가격으로 낙찰되지 않았을까. 물론 김석훈이 탐낸 또 다른 물품인 달항아리는 경매 시작과 동시에 응찰가가 4천만 원이었으니, 책값이야 새 발의 피 수준이다만.


한편으로는 저 호크니 화집의 원래 소유주가 과연 누구였을지 궁금하다. 단순 치부 목적에서 고가품을 섭렵하다 한정본 화집까지 구입한 걸까, 아니면 호크니의 그림을 구입하기 위한 참고서로 구입한 걸까, 아니면 진짜로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이것까지 구입한 걸까. 그런데 어쩌다가 고액 세금 체납자가 되어서 기껏 산 책을 빼앗기고 경매에 내보낸 걸까.


물론 뒤집어 생각해 보면 딱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고액 체납자의 기준이 2억이라니 이렇게 재산 압류까지 들어갔다면 최소 수억에서 최대 수십억 단위의 범법자라고 봐야 할 테니까. 최근 늘어난 전세 사기 사건에서도 건물주가 국세 체납자인 경우가 많았으니, 상습 고액 체납자라면 세금은 둘째 치고 다른 방면에서도 이미 피해자를 다수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그나저나 책 한 권에 830만 원이라니. 가진 책 전부를 오늘 당장 경매에 내놓아도 총액이 그쯤은 못 될 나귀님 입장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금액이다. 물론 어쩌다 수도 요금 한 번 밀리기만 해도 가슴 덜컥 하는 나귀님 입장에서는 무려 세금을 수억씩 체납하면서까지 호크니 화집을 집에 두고 있었다는 것 역시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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