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이 책을 새로 냈다고 알라딘에서 광고하기에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생각했는데, 광복절 특사로 윤미향과 함께 사면되었다기에 씁쓸했다. 이른바 '법잘알'이면서도 '법꾸라지' 행보를 보인 점에서는 현재 구치소에서 속옷 시위 중이라는 윤석열과도 비슷한 사고방식을 지닌 것은 아닌가 싶고, 그 지지자들 역시 윤석열 지지자들과 별로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만.
그러고 보니 전두환과 노태우, 이명박과 박근혜도 사면으로 풀려났었는데,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정치적 탄압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본인이 죄를 안 지었다고 주장하면, 사면도 하지 말아야 하지 않았을까. 조국의 경우는 김훈의 지적처럼 '내새끼 지상주의'의 전형적인 사례로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데, 본인은 무고하다고 항변하니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그런데 조국의 신간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출판사가 바로 김영사라는 사실이었다. 이 출판사는 이미 이재명과 문재인의 책을 간행했으니 조국의 책도 충분히 간행할 만해 보이지만,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안철수와 이명박의 책도 간행했고, 심지어 최근 김건희 특검에서 문제의 핵심으로 대두한 통일교 교주 문선명과 한학자 부부의 책도 간행한 바 있었다.
어찌 보면 한 가지 분야나 노선에만 머무르지 않고 모두를 아우르는 진정한 의미의 '종합' 출판사라 할 만하고, 또 어찌 보면 일단 돈만 되면 뭐든지 내고 보는 상업주의로 일관하는 출판사인가 싶기도 하다. 여기서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작가만큼 뻔뻔한 사람은 없다. 물론 출판인보다는 한 수 아래지만'이라던 프랑스 출판계의 전설 가스통 갈리마르의 일침이다.
나귀님이야 예전부터 김영사의 성장 과정을 꾸준히 지켜본 독자로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김영사의 사주 김정섭은 불교학자 백성욱의 제자로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한편 재가 불자로서 수련원도 운영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초기에는 <리그베다>, 구르지예프의 <위대한 만남>, 간디의 <비폭력 저항> 같은 영성 분야의 번역서도 여러 권 간행한 바 있다.
초기의 역작으로 아직까지 절판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간행되는 책 가운데 하나가 일본의 불교학자 나카무라 하지메의 <불타의 세계>인데, 이후 선어록 등 불교 서적도 여러 권 간행했다고 기억한다. 물론 80년대에 소설 <비밀일기>로 베스트셀러 출판사가 되고, 90년대에 김우중과 스티븐 코비의 책 같은 밀리언셀러를 연이어 내놓으면서부터 성향이 확 달라졌지만.
김영사의 놀라운 성장세와 연관해서 항상 언급되던 사람이 전성기에 사장으로 재직한 박은주이다. 본래 편집부 직원 출신이어서 <바이오리듬>이라는 초기의 편역서에는 저자로도 이름을 올린 바 있었는데, 이후 자수성가한 여성 대표라는 희귀성 때문인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널리 이름을 알렸다.(물론 그 와중에 김희선 화보 사건으로 명성이 많이 실추되었지만).
그랬던 박은주가 마지막으로 주목받았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 김영사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며 사주 김정섭을 횡령 혐의로 고발했던 사건에서였다. 심지어 이 출판사가 사실상 사이비 종교 단체에 불과하고, 자신은 월급까지 상납하며 착취당했다는 놀라운 폭로까지 내놓았다. 이에 김정섭도 박은주를 횡령 혐의로 맞고소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졌다.
이후 재판에서는 김정섭이 무혐의 판결을 얻어낸 반면, 박은주는 유죄가 인정되어 구속되었다. 횡령 혐의 중에는 김영사에서 자서전을 간행한 A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것도 있기에 이니셜만 보고 안철수인가 싶었는데, 김규환이라는 또 다른 정치인이었던 모양이다. 결국 박은주는 2018년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전하는데, 이후의 종적은 알 수 없다.
언론 보도를 검색해 보니, 2023년 김영사 사주 김정섭(훗날 '김강유'로 개명)이 사망하며 나온 기사마다 박은주에 대해서도 한 마디씩 언급한 것이 전부이니, 한때의 스타 출판인으로서는 씁쓸한 몰락이 아닐 수 없다. 반면 김영사는 박은주의 퇴장과 김정섭의 사망과 사이비 종교 단체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베스트셀러를 줄줄이 내며 잘 나가고 있는 듯하다.
김영사는 1976년에 설립되어 무려 반세기의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인데, 그간의 행적으로 보면 앞서 언급한 논란을 비롯해 이래저래 실망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베스트셀러도 많이 내놓았지만 출판사를 대표하는 명저가 무엇인지 꼽아 보라면 선뜻 대답하기가 힘들다. 같은 해에 설립된 한길사가 베스트셀러와 묵직한 인문서 모두를 내놓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판테온북스의 앙드레 쉬프랭은 모회사 랜덤하우스의 공동 설립자 베네트 서프와 도널드 클로퍼가 좋은 책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일관한 출판인이었다고 회고하면서, 두 사람 이후의 랜덤하우스가 상업주의에 빠져 초심을 잃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문득 김영사도 차라리 정신세계사처럼 작고 소듕한 컬트 출판사로 남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