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에 "콜더컷" 어쩌구 하는 북펀드 광고 문구가 나오기에, 어딘가 낯설면서도 익숙한 이름이다 싶어 뭔가 궁금해 눌러보니, 유명한 어린이 그림책 제작자인 "칼데콧"을 말하는 거였다. 어째서인가 궁금해 구글링해 보니 "콜더컷"(Caldecott)이 정확한 발음이라는데, 지금껏 우리나라에선 "칼데콧"으로 썼으니, 올바른 표기가 오히려 낯설어 보일 수밖에.


그런데 알라딘 검색창 광고에서는 얼마 전까지 "콜더컷"이라 하다가, 최근 며칠 사이엔 "최고의 그림책 칼데콧상"이라는 문구를 써서 해당 북펀드 페이지로 유도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짐작컨대 "콜더컷"이라고 정확한 발음대로 표기했더니만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 바람에, 알라딘도 어쩔 수 없이 원래의 잘못된 표기 "칼데콧"으로 돌아간 셈이려나.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만 해도 외국 인명을 일본어식이나 영어식으로 표기하던 관행이 있었다가, 나중에 가서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가급적 원래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는 것으로 지침이 바뀌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고종석이 지적했던 것처럼, 아무리 한글이 뛰어나다 한들 세상 모든 발음을 정확히 적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니 한계도 불가피하다.


이미 여러 번 지적했듯 깡길렘/깡기옘, 리파드/리퍼드, 크레리/크래리, 스크루턴/스크러턴/스크루튼/스크러튼처럼 책마다 저자명 표기법이 제각각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언젠가 논란이 된 오렌지/아륀지 발음의 사례처럼, 무작정 정확성을 추구하는 것도 달성 불가능한 목표일 수 있으니 차라리 실용적 차원에서 어느 정도 타협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검은 오렌지건 하얀 오렌지건 쥐 잘 잡는 오렌지가 좋은 오렌지라고 생각하는 나귀님의 입장에서야, 오히려 사소한 인명 표기에 골몰할 시간에 차라리 오역이나 줄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당장 '콜더컷'인지 '칼데콧'인지의 대표작을 모은 <칼데콧 컬렉션>만 해도 오역투성이였으니 말이다.(이제는 그 책 제목도 <콜더컷 클락숀> 정도로 바꿔야 하려나?)


북펀드 광고 문구에서 "콜더컷"이 "칼데콧"으로 대체된 것을 보면, 일단 알라딘도 "칼데콧"을 포기하고 "콜더컷"으로 돌아설 마음은 없는 듯하다. 당장 "콜더컷"으로 검색하면 국내도서 2건뿐이지만, "칼데콧"으로 검색하면 저서뿐만 아니라 "칼데콧상" 수상작을 비롯해 국내도서 334건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일단 "칼데콧"의 판정승이라 해야 하려나.


이와 관련해 황당한 일화도 생각난다. 예전에 한 번은 테즈카 오사무 만화책을 검색하다 보니, 테즈카/테스카/데즈카/데스카 등 출판사마다 표기가 제각각이라 한 번에 검색되지 않았다. 그래서 알라딘에 하나로 통일해 달라고 건의했더니만, 저자 약력에 "이 작가의 이름은 테즈카/테스카/데즈카/데스카로 모두 표기된다"고 적어 놓았다. 그 뜻이 아니잖아!


출판사마다 인명 표기가 제각각이니 알라딘에서만큼은 넷 중 무엇을 검색해도 다른 이름까지 검색되도록 조치해 달라는 뜻이었는데, 지들이 국립국어원이라도 되는 듯 판결을 내리니 우스울 수밖에. 어쩌면 칼데콧/콜더컷에 대해서도 조만간 알라딘 저자 약력에 "이 작가의 이름은 콜더컷이 맞지만 칼데콧이라 써도 무방하다" 정도 구절이 추가되지 않을까. 


물론 저 그림책 작가야 자신의 이름이 정확하게 발음되고 표기되기를 당연히 바라겠지만, 외국에서 문화적 차이로 인해 본인의 바람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하면, 딱히 그걸 가지고 불쾌하다고 여기지는 않았을 법도 하다. 예를 들어 2002년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 출신 감독의 이름 표기를 놓고 설왕설래하자, 영어식인 "거스"로 하자고 본인이 직접 제안했듯이.


작가 "로알드 달"은 북구 혈통을 감안해 "루알 달"로 불러주기를 바랐다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한 가지 사례를 제외하면 그 소원을 이루지는 못한 듯하다. 본인은 "유진이"로 불리기를 원하지만 세상 모두가 "안유진"으로 불러 좌절한 댕댕이도 있고, 그럼 자기는 "나오이 레이"로 해 달라다가 일이 복잡해진다며 국민 MC에게 제지당한 사례도 있다.


사실은 나귀님도 이름 때문에 오랜 세월 억울함을 겪어 온 사례다. "나귀님" 자체가 닉네임이니 존칭을 붙이면 "나귀님님"이라 불려야 맞겠지만, 다들 초면부터 "나귀님"이라며 반말짓거리를 일삼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나귀님이 "메이저메이저"마냥 알라딘에서 댓글도 친구 신청도 외면하고 숨어다니며 지적질만 일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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