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에서 한국 문화를 소재로 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서 인기를 끄는 모양이다. 물론 제목부터 낯간지러우니 나귀님으로서는 굳이 볼 이유가 전혀 없는 작품이기는 한데 (차라리 그 시간에 <마법소녀를 동경해서>를 한 번 더 보겠다!) 인터넷과 유튜브는 물론이고 뉴스에서도 다들 그 이야기뿐이니 자연스레 귀동냥하게 된 셈이다.
그런데 유튜브 쇼츠로 본 장면 중에서도 한 가지만큼은 상당히 흥미로웠으니, 바로 한국 민화의 내용을 재해석했다는 까치와 호랑이 캐릭터였다. 특히 퍼런 몸뚱이에 누런 안광으로 사뭇 위협적이게 등장했다가 어째서인지 얼빠진 행동만 하는 호랑이의 모습이 우스웠는데, 민화의 해학적인 묘사처럼 퉁방울 눈과 뻐드러진 송곳니 때문에 해외에서도 인기라고 한다.
이쯤 되니 문득 까치호랑이 민화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고 할 법한 작품을 발굴한 사람에 대한 흥미로운 일화를 오랜만에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2000년에 타계한 민속학자 조자용이 바로 그 사람인데, 이전부터 민화와 민속에 대한 연구로 종종 이름을 접했지만 자세한 이력까지는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어느 일본인의 책을 통해 그 사연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책은 <한국의 마지막 표범>이다. 저자 엔도 키미오(遠藤公男, 1933년생)는 분단 상황에서 각각 북한과 남한에 머무르며 철새를 연구하다 서로의 생존 사실을 알게 된 조류학자 원홍구와 원병오 부자의 이야기를 다룬 <아리랑의 파랑새>의 저자로도 유명하고, 최후의 한국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를 추적한 <한국 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도 저술했다.
그중 표범 책은 호랑이에 비해 줄곧 폄하되던 저 맹수가 1960년대까지도 나타났다는 기록을 접한 저자가 1980년대에 한국을 직접 방문해 관련 장소와 인물을 취재하는 과정을 그렸다. 흥미롭게도 이 책의 후반부는 저자가 조자용의 도움을 얻어 1965년 표범을 포획한 사람을 직접 만나러 가는 내용을 다루었는데, 이 과정에서 저 민속학자의 이력이 자세히 소개된다.
조자용(1926-2000)은 이북 출신으로 해방 직후 월남해서 미군 부대의 하우스보이를 거쳐 미국에 유학했고, 하버드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귀국해서 건설회사 대표로 승승장구했다고 한다. 그러다 하루는 취미인 골동품 수집을 위해 시내 고물상에 들렀다가, 당시 초등학생인 딸 에밀레가 구석에 놓인 까치호랑이 민화를 마음에 들어 해서 사주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우연히 구입한 물건이 오늘날에는 까치호랑이 민화 중에서도 최고작으로 손꼽히게 되었으니, 초등학생 어린이의 눈썰미가 예사롭지 않았다고 해야 할 법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에밀레는 불과 열두 살에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고, 머지않아 조자용도 건강 악화로 사업을 정리하고 딸의 이름을 딴 '에밀레 박물관'을 설립하여 민속학 연구에 몰두했다 한다.
1967년에 조자용이 발굴한 까치호랑이 민화는 이후 '에밀레박물관 소장품'으로 알려졌지만, 지금 다시 검색해 보니 어느새 '호암미술관 소장품'으로 소장처가 바뀌었다. 2000년을 전후해 조자용 부부가 모두 타계하고 박물관도 문을 닫으며 매각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 그러다 보니 이제는 최초 발견자인 '에밀레'의 이름과는 연관성이 없어져 살짝 아쉽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 나귀님도 수년 전 엔도 키미오의 책을 통해 조자용의 이력을 알게 되었는데, 아쉽게도 박물관도 폐관하고 저서도 절판되어 더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 수 없었다. 최근 다시 살펴보니 그 사이에 <조자용 전집>도 간행되고, 인터넷에도 관련 추모글과 연구 논문이 여럿 게시되었기에 반가웠지만, 까치호랑이 발굴 비화는 없는 듯해 아쉬운 마음에 적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