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들어 알라딘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쓴 리뷰'라는 일종의 공지인지 경고인지를 내건 글을 자주 보게 된다. 결국 출판사 의뢰로 작성한 광고성/홍보용 리뷰임을 스스로 밝힌 셈인데, 한때 신간마다 (심지어 미간행 도서에도!) 수십 수백 개씩 달라붙던 무성의한 동어반복의 노골적인 가짜 리뷰에 비하면 양반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출판사건 서점이건 책을 팔아야 먹고 살 수 있을 터이니, 상품이 조금이라도 더 잘 눈에 띄도록 갖가지 광고 방법을 궁리하는 것이야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지만, 거기에도 일종의 한도는 있는 법이어서 어느 순간 지나치다 싶은 생각이 들면 오히려 기만적이라는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한때 유튜브를 휩쓸었던 저 뒷광고 논란의 핵심도 결국 그것이 아니었을까.
뒷광고 논란 이후 유튜브에서는 광고성 콘텐츠임을 확실히 공지하는 것이 규범처럼 된 모양이니, 머지않아 알라딘에서도 실구매자를 가장하던 가짜 리뷰가 줄어드는 대신 출판사 협찬임을 먼저 밝히는 광고성 리뷰가 늘어났던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처럼 보인다. 물론 나귀님처럼 둔한 사람의 눈에도 밟히는 것을 보면, 이제는 그마저 효과가 거의 다해가는 듯하지만.
그나저나 협찬 리뷰의 공지에서 하나 의아한 것은 '주관적으로 쓴 리뷰'라는 구절이다. 십중팔구 자발적인 글이 아니라 의뢰받은 글임을 알리려는 의도이겠지만, 사실 상품 리뷰나 도서 평론이야 애초부터 작성자의 '주관적'인 의견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예를 들어 신문사 서평이건, 이동진 유튜브건, 나귀님 페이퍼건 주관적이기는 마찬가지 아니냐는 것이다.
협찬 리뷰마다 대동소이한 경고문을 내건 것을 보면 십중팔구 출판사나 대행업체나 서점 차원에서 어떤 지침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한데, 막상 그 의미에 대한 숙고가 충분하지 못한 까닭에 자발성/광고성을 객관성/주관성과 혼동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엄밀한 의미의 객관성이라면 작성자의 리뷰는 물론이고 데카르트의 저술에서도 찾기 힘들 테니까.
반대로 엄밀한 의미의 주관성도 달성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유튜브의 '앞광고'도 협찬 리뷰인 한에는 설령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감히 지적할 수 없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품 리뷰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내용은 장점만 늘어놓지 않고 단점도 지목하는 내용임을 감안하면, 홍보 목적의 협찬 리뷰가 지닌 태생적 한계는 매우 뚜렷하다고 봐야겠다.
그렇게 보자면 '주관적 리뷰'로 자칭하는 협찬 리뷰의 문제는 '충분히 주관적'이지 못했다는 점이 아닐까. 예를 들어 돌고래유괴단의 광고처럼 '이게 광고인지 디스인지' 헛갈릴 정도는 되어야만, 또는 최근 나온 스타니스와프 렘의 가상 서평집처럼 아예 있지도 않은 책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주관성에 가까이 갔다고 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