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라딘 베스트셀러 목록에 <대통령 윤석열 탄핵 사건 선고 결정문>이라는 것이 있기에, 참 약삭빠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 오전에 선고가 나왔는데 불과 하룻만에 (어쩌면 하루도 되지 않아서!) 책을 만들다니 이게 과연 말이 되나 싶어 클릭클릭해 보니, 지금 당장 나온 게 아니라 4월 10일에 나올 것을 예약 판매하는 듯하다. 그러면 그렇지.
심지어 전자책까지 포함한 주간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알라딘에서 자체 제작한 <대통령(윤석열) 탄핵 결정문> 무료 전자책이 1위이다. 탄핵 결정문이야 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 가면 아래한글 파일로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한데, 굳이 이렇게 종이책이나 전자책으로 사고파는 의도가 또 무엇인지는 궁금하다. 젊은 사람들은 아래한글을 안 쓴다고 해서 그런 것일까.
희한한 점은 윤석열 탄핵 결정문 종이책을 만들겠다는 더휴먼이라는 출판사에서 이미 박근혜 탄핵 결정문 책도 만들어 팔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뭐 하는 출판사인가 궁금해 클릭클릭해 보니 문재인 관련 상품이 줄줄이 나오기에 깜짝 놀랐다. 책뿐만 아니라 달력이며 다이어리까지 줄줄이 내놓은 것으로 보아 전직 대통령 관련자나 지지자가 운영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직 대통령 우상화에 앞장서는 이런 출판사에서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의 탄핵 결정문 책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그리 썩 보기 좋지는 않다는 점이다. 두 전직 대통령과 그 지지자의 성향을 감안해 보면 결국 대놓고 조롱하기가 아닌가. 막상 애초에 윤석열을 등용한 대통령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면 사실상 제 얼굴에 침 뱉기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이쯤 되면 헌법재판소며 대통령 관저 앞에 태극기 들고 운집한 탄핵 반대 세력뿐만 아니라 탄핵 찬성 세력까지도 자중하지 못하고 반대편을 향해서 위협과 조롱을 쏟아내는 셈이니, 과연 올바른 행동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지난 정권과 이번 정권 내내 온 나라를 양분했던 진영 논리의 흔적을 알라딘에서도 재차 확인하게 된 셈이니 그저 씁쓸한 기분뿐이다.
한때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죽는 모습을 내 눈으로 봐야만 속이 풀릴 것만 같았는데, 막상 감옥 가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보니 권력의 무상함에 씁쓸한 기분만 들었을 뿐이었다. 조국이 감옥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으니, 저 꼴보기 싫은 문재인이나 윤석열이나 이재명이 감옥에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보더라도 마찬가지로 씁쓸한 기분만 들지 않으려나.
탄핵 소식에 기뻐하며 환호한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국민 대부분은 벌써 두 번째인 탄핵 자체도 짜증나고, 이제부터 시작된 조기 대선의 소용돌이도 짜증나며,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달라질 수 없을 만큼 엉망진창인 현실도 짜증나지 않을까. 어제도 장장 22분 간의 탄핵 선고 결정문 낭독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역시 씁쓸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그래서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