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리를 하다가 이전에 알맹이만 꺼내 놓았던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 구판 <일본단편문학선>과 <나는 고양이다 (외)>를 케이스에 도로 넣다 보니, 새삼스레 케이스 앞면 하단에 있는 그림에 눈길이 갔다. 무슨 옛날 필사본의 삽화에서 가져온 듯한 모양새인데, 알파벳이 적혀 있기에 뭔가 궁금해 검색해 보니 무려 중세 영국의 헤이스팅스 전투를 묘사한 '바이외 태피스트리'(Bayeux Tapestry)의 일부였다!


헤이스팅스 전투는 1066년에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가 후사를 두지 않고 사망하면서, 그 왕위를 물려받은 잉글랜드 귀족 해럴드와 그 왕위를 넘기라고 주장하는 노르망디의 공작 윌리엄이 벌인 전투이다. 그 결과 해럴드가 전사하고 윌리엄이 승리하면서 막이 오른 이른바 '노르만 정복'은 이후 영국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전환점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바이외 태피스트리는 이 사건을 기념하려 제작되었다.


높이 50센티미터에 길이 70미터에 달하는 이 초대형 직조물은 해럴드가 에드워드의 명령에 따라 노르망디에 가서 윌리엄을 만난 장면부터 헤이스팅스 전투에서 해럴드가 윌리엄에게 패해 전사하는 장면까지 총58개 장면에 걸쳐서 노르만족의 잉글랜드 정복 과정을 묘사했다. 을유 세계문학전집 케이스에 나온 부분은 그중 23번째와 24번째 장면의 일부로, 해럴드가 윌리엄을 만나고 돌아와 즉위하는 내용이다.


왜 굳이 이 장면을 케이스에 넣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을유문화사 50년사나 창업자 정진숙 회장의 전기 같은 관련 자료를 다시 뒤져 보면 단서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늘 보면서도 몰랐던 내용을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이래저래 감개무량이다. 한편으로는 그림에 나온 라틴어 문장만 검색해도 대번 결과를 도출하는 인터넷의 위력을 새삼스레 실감하게 되었다. 진짜 세상 참 좋아졌구나!



[*] 헤이스팅스 전투 자체를 다룬 단행본까지는 없지만, 글항아리에서 <정복왕 윌리엄>이라는 전기가 나오기는 했다.(번역도 편집도 영 엉터리인 출판사이지만, 그래도 책 고르는 눈썰미 하나는 인정할 만하다!) 기타 중세사며 전쟁사 관련서를 뒤지면 관련 내용이 나올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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