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니 최근 일본에서 쌀값이 한 달 사이에 무려 두 배 이상 폭등했다는 모양이다. 다른 물가는 비싸도 식품 가격은 유난히 저렴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쩌다가 갑자기 이런 상황이 닥쳤는지 의문이다.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일각에서는 날씨와 전쟁 등의 영향으로 식량 생산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투기 세력이 개입한 결과로도 보는 모양이다.


그 사이에 미국에서는 조류 독감의 영향으로 달걀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는 뉴스도 있었다. 우리나라도 수년 전 비슷한 이유로 달걀 품귀 현상이 벌어져 미국 달걀을 수입해 온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달걀을 수입하게 된 모양이다. 트럼프는 역시나 평소대로 이것 역시 바이든 정부의 잘못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급기야 미국에서는 집집마다 필요한 달걀을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암탉을 대여하는 신규 사업까지 생겨났다니, 이래저래 희한한 일이다. 1970년대의 중동 전쟁과 오일 쇼크 당시에 미국에서도 집집마다 정원에 꽃 대신 채소를 길렀다는 일화를 레이 황도 언급한 바 있었는데, 신냉전 시대의 도래와 함께 졸지에 반세기 전의 세상으로 돌아간 듯한 모양새다.


물론 닭을 길러 달걀을 직접 생산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내 뒷마당의 제국>이라는 책을 보면 언론인인 저자가 뉴욕의 자택 뒷마당에 텃밭과 축사를 만들어 야채와 가축을 직접 돌보았던 체험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1년여의 악전고투 속에 얻은 수확물이라고 해야 야채와 고기 모두 지극히 빈약하기 짝이 없어서 허탈했다고 전한다.


농사 경험이 전무한 저자로서는 부득이한 결과였는지 몰라도, 반대로 농촌 출신인 사람은 도시에서도 약간의 흙만 있다면 뭐라도 농사를 지으려는 욕망이 꿈틀대는 모양이다. 나귀님 집에서도 한때 마당이며 화단에 각종 채소를 길렀고, 그걸 다시 닭과 토끼에게 먹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식품 가격이 비싸니 도시에서는 닭 먹이 구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이쯤 되니 <채링크로스 84번지>에서 미국에 살던 저자가 전쟁의 여파로 식량 배급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던 런던의 단골 서점에 달걀과 햄을 비롯한 식품 소포를 보내주어서 모두로부터 은인 대접을 받았던 일화도 떠오른다. 나귀님도 이번 기회에 아마존 본사에 달걀 한 판 보내 볼까 싶어서 어제 마트에 갔더니, 의외로 가격이 만만찮아 포기하고 말았다.


육류 생산의 경우에는 밀집 사육의 폐해를 비롯해서 오래 전부터 문제점이 지적되었는데, 지금은 기후 변화 때문에 유제품이나 채소류나 곡물류의 생산까지도 차질을 빚는 모양이다. 이런 상황에서 4년 만에 돌아온 트럼프가 관세 장벽을 세우겠다며 연일 폭주하고 있으니, 한국과 일본과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밥상 물가 고민은 향후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어쩌면 미국의 달걀 품귀 사태로 인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오랜 의문에 대해서도 잠정적 해결책이 제시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달걀이 없으면 닭을 대여해서 해결할 수 있지만, 닭이 없다고 달걀을 대여해 봐야 딱히 해결되는 것은 없어 보이니까. 다시 말해 달걀에서 닭을 도출하기보다는 닭에서 달걀을 도출하기가 더 쉽다는 거다.


여기서 문득 생각난 것이 클라리스 리스펙토르의 단편 "달걀과 닭"이다. 얼핏 보면 횡설수설인데, 또 어찌 보면 달걀은 '현재'의 은유이기도 하고 '생명'의 은유이기도 하며, '우주처럼 커다란 삼중당문고'처럼 수많은 의미를 빨아들였다 뱉어냈다 하는 것도 같다. 물론 지금 가장 잘 어울리는 비유는 달걀도 '트럼프'나 '탄핵'처럼 예측불허라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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