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어딘가 엇비슷해 보여서 헛갈리는 "00의 00" 형식의 이름을 지닌 출판사들을 성토하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바로 "사월의책", "오월의봄", "봄날의책", "남해의봄날"이라는 곳들인데 (아우, 헛갈려서 쓰기도 힘드네!) 얼마 전이었나, 예전에 적어 놓은 메모를 뒤지다 보니 지난번에 깜박 하고 거기 집어넣지 못한 "사월의눈"이라는 출판사도 있었다!


그런데 "사월"이니 "오월"이니 하는 이름이 있는 것을 보니, 문득 이와 비슷하게 일 년 열두 달의 이름에서 따온 출판사가 더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심심풀이로 알라딘에서 검색해 보았더니 의외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일부는 친숙한 출판사이지만 대개는 생소한 출판사이며, 또 일부는 여전히 영업 중이지만 일부는 이미 오래 전에 문을 닫은 듯하다.


우선 1월은 "일월서각"이 맨 먼저 생각나지만, 이건 아마도 동음이의어인 일월(日月), 즉 "해와 달"일 가능성이 크다. "일월"로 검색해서 나온 "일월당", "일월산방", "일월문학사"도 비슷해 보인다. 이번에는 숫자를 넣어 "1월"로 검색해 보았더니 "일월일일"이라는 출판사가 있는데, 이건 누가 봐도 "1월 1일"을 가리키는 듯하다. 2월과 3월은 해당 출판사가 없다.


4월은 앞서 말한 "사월의책"과 "사월의눈"이 있었다. 5월은 앞서 말한 "오월의봄"을 비롯해서 "너의오월"과 "오월달", 그리고 멕시코 만화가 리우스와 말레이시아 만화가 라트의 책을 냈던 "오월"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오월동주"라는 출판사가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의외로 없어서 살짝 실망했다. 물론 거기서의 오월(吳越)은 또 다른 뜻이지만.


6월은 특이하게도 "육월"로 검색해도 "유월"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게 발견한 곳들이 "유월서가", "유월사일", "유월의샘" 같은 곳들인데, 달 이름인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지까지는 모르겠다. 7월은 "칠월의숲"이라는 곳 하나뿐인 듯하다. 8월은 해당 출판사가 없다. 9월은 "구월"이라는 곳이 있던데, 역시 달 이름인지 아니면 다른 뜻인지까진 모르겠다.


10월은 의외로 결과가 가장 많았다. 역시나 "십월"로 검색하니 "시월"이 나왔다. 우선 2019년 10월 5일에 창업한 "시월"이라는 출판사가 있던데, 특이하게도 대표가 브런치에 "1인 출판 분투기"를 연재 중이다. 구분을 위해서인지 알라딘에서 한자를 넣어 "시월(十月)"로 표기한 다른 출판사도 있던데, 특이하게도 활판 인쇄 한정본 시집을 전문으로 내는 듯하다.


그 외에 "시월이일"이라는 출판사는 영어명이 "1002books"인 것으로 보아 10월 2일과 무슨 관련이 있는 모양이다. "사월의책"과 유사한 "시월의책"이라는 출판사도 있다. "시월출판"이라는 출판사는 특이하게도 <오디오파일>이라는 잡지의 발행처로 나온다. 1998년에 창간해서 2004년까지 간행한 잡지라는데 알라딘에는 어째서인지 2004년 7/8월호만 등록되어 있다.


11월은 "십일월출판사"가 있었다. 12월은 해당 출판사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궁금해져서 "13월"로 검색해 보았더니 "13월"이라는 출판사가 진짜로 있었다! 하지만 14-20월, 30월, 50월, 100월, 200월로 검색해도 결과는 전무했으니, 출판사 이름은 1-13월까지가 전부인 듯하다. 물론 "49월"이나 "213월" 출판사가 있을 가능성까지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겠지만.


생각해 보니 "일 년 열두 달"을 망라하는 "사계절" 출판사도 있기에, 혹시나 싶어 검색했더니 "오계절출판사"도 있었다! 문득 "17차"라는 음료수를 상표 등록할 때 유사품을 막으려 "1차"부터 "99차"까지 모조리 등록했다는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생각났다!(실제로는 "18차"부터 "25차"까지만 등록했으며, "17차"도 사실은 일본의 "16차"의 유사품일 뿐이라 한다!)


이번에는 "한 달"부터 "열두 달"까지 검색해 보았지만 해당 출판사는 없었다. 중간에 "열달란트"라는 출판사가 나오기는 했지만, 당연히 달 이름과는 무관해 보이는 기독교식 작명이 아닐까. 그렇다면 "일 년"은 어떨까 싶어 검색하니 어째서인지 "삼육오(PUB.365)", "체온365", "에브리삼육오(Every365)"처럼 1년의 일수인 "365"가 들어간 출판사가 줄줄이 나왔다!


"이년"부터 "구년"에 해당하는 결과는 없었는데, 뭔가 욕설 같아 보이는 "십년"은 의외로 "십년후"라는 출판사가 있었다! 한편 "백년"은 상당히 많아서 "백년동안", "백년후", "백년도서" 등이 있었다. 또 "천년"은 "천년의상상"과 "천년의시작"이라는 출판사 두 곳에서 나온 책이 무려 1천 권 이상이었는데, 알고 보니 후자가 사반세기 역사의 시 전문 출판사였다!


여하간 심심풀이로 검색해 본 것뿐인데 의외로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삼월" 출판사는 없지만 "십삼월" 출판사는 있는 것도 그렇고, 특이하게도 "시월"이라는 이름을 넣은 출판사가 많은 것도 그렇다. "사계절"은 알았지만 "오계절"도 있을 줄이야! 여기서 문득 "이상한" 출판사도 있나 싶어 검색해 보니, "이상한빛"과 "이상한출판사"라는 곳도 나온다!


여하간 출판사 이름이 엇비슷하고 몰개성하다며 투덜거린 나귀님이지만, 위에 열거한 결과만 보면 출판사 입장에서도 상당히 고민스럽기는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까치"나 "동문선"처럼 충분히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을 만한 출판사 이름은 이미 대부분 선점된 상태이니 말이다.(물론 "까마귀"는 "세발까마귀"뿐이고, "서문선"이나 "소명문선"은 아직 없지만서도).


알라딘 검색창에 뭔가를 입력하려다 보면 자동 완성 기능 때문에 글자 하나만 적어도 뭔가가 쓱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심심할 때 하나하나 눌러보면 희한한 결과가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ㄱ"를 입력하면 "알라딘 책팔기 중고 가방"이 나오는데, 솔직히 이게 왜 연관 검색되는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시간 나면 ㄱ부터 ㅎ까지, A부터 Z까지 정리해 볼까...




[*] 쓰다 보니 한겨울에 숲에서 모닥불을 쬐는 "열두 달의 요정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예전에 TV에서 본 기억이 나서 검색해 보니, 소련 작가 사무일 마르샤크(1887-1964)의 동명 희곡이 원작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의 또 다른 작품이 예전에 동서문화사의 에이브(ABE) 시리즈에 하나 수록되었나 해서 그 해설을 읽다가 "열두 달의 요정들" 이야기를 상기했던 기억이 난다. 검색해 보니 일본에서는 <숲은 살아있다>라는 제목으로 암파소년문고에서 간행되어서 미야자키 하야오도 <책으로 가는 문>에서 언급한 모양인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나오지 않았으니 희한한 일이다. 동생도 작가라고 했던 것 같아서 확인해 보니, 한때 여기저기 사회과학 출판사에서 교양서로 간행했던 <인간의 역사>의 저자 미하일 일리인(본명은 일리야 마르샤크)이라고 나온다. "열두 달의 요정들"은 그림책으로인가 나온 것을 본 기억이 나서 지금 다시 "마르샤크"로 검색해 보니 절판본 한 권을 빼면 동생 책만 줄줄이 나온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구입해서 마루 한구석에 놓아둔 에이브 전집이 있었는데, 이것도 한 번 훑어보고 치워 버리든지 해야 되겠다. 한때 아동서 출판사 편집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닌 전집이라고 하던데, 대부분 일본에서 나온 번역서를 중역한 짜깁기 전집이라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의외로 괜찮은 것들이 종종 있던데 막상 실제로 재발매된 작품은 별로 없는 듯하다. 하긴 진짜 고전이 아니라면 독자나 출판사나 간에 차라리 같은 소재로 다시 만든 최근작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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