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에 "좋소냥이"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니는 짤이 있다. 공사장의 노란 안전모를 쓴 고양이 한 마리가 구부정한 자세로 뭔가를 가리키며 "좋아!" 하고 외치는 모습을 만화체로 묘사한 것인데, 원래는 일본의 어느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든 캐릭터였지만 이런저런 변형을 거쳐서 나중에는 공사 현장의 안전 불감증을 풍자하는 용도로 사용되어 유행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의 폄칭인 '좆소'나 그 완곡어인 '좋소'를 붙여서 "좆소냥이"나 "좋소냥이", 또는 원래 명칭대로 "현장냥이"로도 통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그림을 접하고 보니 예전에 한 만화가가 알코올 중독으로 본업을 때려치고 노숙자로 살다가 가스 설비 용역 회사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변신했을 때에 그린 유사한 안전 홍보 만화가 생각났다.
그 만화가란 일본의 부조리 및 로리(!) 만화의 대표 작가인 아즈마 히데오(1950-2019)이다. 만화를 그만 두었던 암울한 시절을 회고한 <실종 일기>를 보면, 한동안 노숙자로 지내다 갱생을 위해 가스 설비 일을 하면서도 끼(?)를 숨길 수 없었던지, 가스 설치 기사를 안전모 쓴 생쥐로 ("좋소생쥐"?) 묘사한 만화를 그려 해당 업계 소식지에 투고했다고 나온다.
우리나라에 간행된 아즈마 히데오의 작품은 <실종 일기> 두 권이 전부이지만, 사실은 그의 삽화를 수록한 SF도 한 권 출간된 적이 있다. 바로 <시공을 지배한 사나이>라는 작품인데, 미국의 수학자 겸 소설가인 루디 러커의 1984년 작품이다. 러커라면 철학자 헤겔의 6대손으로도 유명한데, 우리나라에 나왔던 책은 현재 요것 하나 말고는 다 절판된 듯하다.
나귀님도 우연히 알라딘 중고샵을 통해서 이 책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루디 러커의 이름에 혹해 구입해 보았더니만 외관부터 그다지 미덥지가 않은 데다, 만화풍의 삽화까지 들어 있어서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림체가 뭔가 낯익다 싶어서 혹시나 하고 검색해 보았더니만, 꽥, 진짜로 이 책의 일어판에 아즈마 히데오가 삽화를 담당했다고 나온다!
결국 이 책도 일본어 중역본일 가능성이 높아 한동안 방치해 두었고, 그렇게 시간이 가다 보니 이제는 책더미 맨 아래 깔려 꺼내기도 쉽지 않게 되었는데, 이참에 생각나 알라딘에서 검색해 보니 '내용은 좋지만 번역은 최악'이라는 누군가의 서평이 달려 있다. 그래도 아즈마 히데오의 팬이 있다면 한 권 갖고 싶어 할 것도 같긴 한데... 과연 팬이 있기는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