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필리핀의 어느 유명 관광지에서 고래상어 관광을 결국 중단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고래상어라면 이름과 달리 '고래' 아닌 '상어'이며, 길이가 15미터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물고기이지만 의외로 성격이 온순한 까닭에 관광 자원으로 이용되었던 모양인데, 해안으로 유인하려 살포한 먹이가 부패하며 생긴 수질 오염 등의 논란이 그간 지속되었던 모양이다.


마침 인도와 캄보디아에서도 코끼리와 원숭이가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온 관광객을 습격했다는 보도까지 덩달아 나온 것으로 미루어, 이것 역시 코로나 대유행 직후에 대두한 오버투어리즘 논란의 연장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색다른 콘텐츠를 만들려는 욕심에 유튜버가 위험을 자초한다는 비판도 있으니, 이래저래 참 백해무익한 것이 유튜브인가 싶다.


그러고 보니 고래상어 목격담은 <콘티키>에 수록된 내용으로 처음 접했었다. 노르웨이의 인류학자 토르 헤이에르달은 고대 남아메리카 원주민이 태평양을 건너 폴리네시아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가설을 직접 검증하기 위해 1947년에 '콘티키'라는 이름의 뗏목을 직접 제작해서 바다로 나갔는데, 101일 간의 여행 중에 만난 기묘한 생물 중 하나가 바로 고래상어였다.


즉 하루는 동료 중 한 명이 우연히 바닷속을 들여다보니, 길이 15미터의 뗏목보다 더 큰 물고기가 바로 밑에서 헤엄치기에 기겁했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살아 있는 고래상어를 가까이서 관찰한 사례가 드물다 보니 혹시나 그놈이 뗏목을 공격하기라도 할까봐 모두들 잔뜩 긴장했는데, 의외로 온순한 녀석이여서 그냥 뗏목을 졸졸 따라오다 사라졌다고 전한다.


고래 이야기가 나왔으니 최근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대왕고래'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건 원래 고래 중에서도 가장 큰 흰긴수염고래를 가리키는 명칭이라는데, 석유 탐사 대상 해역인 이른바 제8광구의 여러 구역명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즉 대왕고래 말고도 '오징어', '명태', '마귀상어' 구역이 있다는데, 아쉽게도 '고래상어'까진 없는 듯하다.


이른바 대왕고래 사업이 논란이 되었던 까닭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직접 발표에 나서는 등, 각종 논란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 추세를 반전시키려는 깜짝쇼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후 조사를 담당한 해외 업체의 실체에 대한 의문부터 시작해서 갖가지 논란만 지속되다가, 결국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만 재차 확인된 모양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한국의 근해 석유 탐사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반세기 전 박정희 정부 시절에 처음 추진된 사업이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석유 파동이 거듭되면서 에너지 위기를 겪은 직후의 일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여차 하면 우리나라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기대에 "제7광구"라는 노래가 나올 정도로 기대도 컸지만 그때도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만 나왔다.


물론 석유 산업의 역사를 서술한 다니엘 예긴의 책을 보면, 석유 탐사는 워낙 변수가 많다 보니 결코 하루이틀에 결론이 나올 만큼 간단한 일까진 아니다. 예를 들어 '석유 위에 떠 있는 나라'로 비유되는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도 수많은 실패 끝에 가망이 없다고 간주되어서 탐사업체가 철수하기 직전에야 간신히 석유 발견에 성공한 경우에 해당했다.


그러니 산유국의 꿈과 희망을 갖는 것까지 뭐라 할 수 없지만, 단지 정권의 무능과 대통령의 비리를 가려 보려는 발버둥에서 저 오래 묵은 떡밥을 도로 꺼내든 행태는 얄팍하고 한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후 결국 비상 계엄까지 저지른 것을 보면, 대왕고래 프로젝트야말로 역사의 시계를 반세기 전으로 되돌리려는 부질없는 시도의 전초전이었는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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