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신문 기사를 보니, 최근 탄핵 재판을 통해 점차 뚜렷해지는 현직 대통령의 부정 선거 주장을 비롯한 각종 음모론의 출처가 다름 아닌 극우 유튜브라는 지적이 있다. 평생 칼잡이 노릇을 하며 각종 법률을 뒤적여봤던 사람이니 뭔가 더 거창한 파시즘이라도 구상했던 걸까 싶었더니만, 기껏해야 극우 유튜버 따위에 선동당해 망동을 저질렀다니 한심한 일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굳이 남을 흉볼 것도 없다. 지금의 현실에서는 그 동영상 사이트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사람 대부분이 알고리즘의 노예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푸바오 동영상을 하나 보면 계속 자연농원 콘텐츠만 추천되고, 수도꼭지가 고장나서 휴대전화로 하나 검색하면 계속 수도꼭지 판매 광고가 따라다닌다.


바깥양반이 쓰는 태블릿으로 종종 유튜브를 시청하는 나귀님이다 보니 그놈의 알고리즘 때문에 골탕 먹은 적이 종종 있다. 한 번은 기타 연주 동영상을 찾다 보니 웬 아가씨가 코스프레 차림으로 나와서 실력을 뽐내는 것이 추천된다. 그래서 몇 개 봤더니만, 나중에는 아예 비키니 차림으로 연주를 하는 동영상까지 연이어 추천되는 바람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유튜브에 이상한 동영상이 추천되기 시작하면 재빨리 강아지와 고양이 영상을 마구마구 클릭해서 알고리즘을 정화하면 된다기에, 바오가족부터 미소아라티티며 다람쥐츄츄며 루몽다로까지 총동원해서 간신히 바꿔놓기는 했는데, 그래도 잊을 만하면 그놈의 아가씨가 또다시 헐벗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동영상이 떠서 식겁할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가만 살펴보니, 십중팔구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의도로 과감한 노출을 시도하는 동영상 제작자들이 많은 모양이다. 언젠가 낚시 콘텐츠에서도 웬 아가씨가 나오는 동영상이 추천을 많이 받았기에 도대체 뭘 잡았나 궁금해서 한참 들여다보았는데, 물고기 잡는 장면은 없고 그냥 몸에 착 달라붙는 옷 입고 물가를 돌아다니는 것밖에는 없어서 실망스러웠다.


어느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에로티시즘의 궁극은 다 벗기는 게 아니라 살짝 입히는 것이라던데, 나귀님은 아직 그 경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는지, 입었건 벗었건 간에 결론만 알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즉 비키니를 입건, 레깅스를 입건, 아니면 홀딱 벗었건 간에 기타를 잘 치는지, 낚시를 잘 하는지, 아니면 다른 일을 잘 하는지 여부만 그저 궁금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제프 벡의 베이시스트 탈 윌켄펠드가 그런 경우다. 수년 전 타계한 저 유명 기타리스트의 라이브 동영상 가운데 하나에서 함께 등장해 연주하는 모습으로 처음 봤는데, 중년 아재들 사이에서 나이도 어려 보이는 (실제로 20대 초였다!) 아가씨가 산발한 머리로 잘 따라가는 모습이며, 그걸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호응하는 벡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벡은 윌켄펠드가 솔로 연주를 할 때마다 만면에 미소를 짓는가 하면, 심지어 '아이고 무서워라!' 하는 몸짓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아가씨 역시 솔로 연주를 끝마치면 '나 잘했죠?'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다 서로 파안대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지미 페이지가 객석에 앉았고 에릭 클랩턴이 게스트로 나왔던 어느 클럽 공연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아빠와 딸 뻘인 거장 기타리스트와 신예 베이시스트가 척척 호흡을 맞추는 모습에 감동한 사람이 많았는지, 급기야 그녀가 그의 딸이라는 헛소문까지도 돌았던 모양이다. 제프 벡 타계 후에 탈 윌켄펠드가 SNS에 올린 추모 글에서도 '진짜 아빠처럼 돌봐주신 까닭에 내가 친딸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한동안 위키피디아에 적혀 있기도 했다'는 내용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나중에 어디선가 탈 윌켄펠드가 인기를 끈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가슴이란 이야기도 들었다. 베이스의 형태상 위쪽 굴곡에 오른쪽 가슴이 자연스레 얹히며 자연스레 눈에 띄게 되었는데, 얇은 티셔츠에 노브라이다 보니 젖꼭지가 도드라진 모습이 보였다는 거다. 나귀님은 눈이 나빠서인지 화면이 작아서인지 잘 보이지도 않던데, 어떻게 그걸 또 찾아냈을까.


아쉬운 점은 제프 벡과 탈 윌켄펠드가 함께 한 공연이 그리 많지 않은 까닭인지, 이미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을 다 보고 나니 더 이상은 알고리즘에서도 추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도 생각나서 하나 틀어 보았는데 이후로는 아무 소식도 없다. 그러고 보니 래리 칼튼의 스틸리 댄 기타 솔로도 작년에는 하루 한 번씩 들었는데 언제부턴가 나오지 않고.


물론 유튜브도 처음부터 아무거나 추천하는 것은 아니고 과거 검색 이력을 토대로 삼는 것이니 나름대로는 논리적이고 편리할 수 있겠지만, 나귀님의 경우에는 종종 일종의 참견이자 족쇄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SNS나 포털 사이트에서도 검색 결과를 이용해 이런저런 제안을 내놓는 세상이니, 이것도 일종의 감시 사회가 아닌지.


비키니 기타 연주 동영상 따위는 안 보는 사람도 알고리즘의 냉혹함을 무시했다가는 언젠가 낭패할 것이다. 한 번은 하수구 수리를 알아보려고 현직 유튜버의 동영상을 하나 틀었더니만, 이후로는 유튜브만 접속하면 구체적으로 현장 내시경 화면까지 포함해서 하수구 뚫는 동영상만 줄기차게 나오는 바람에 한동안 식사 중에는 라디오만 들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한편으로는 마치 콘텐츠가 무궁무진해 보이는 유튜브에도 한계 효용 법칙이 적용되는 듯하다. 뭐든지 처음에나 신기했지 나중에는 익숙해져 시들한 것이 사람 심리이다 보니, 심지어 넷플릭스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결국에는 '볼 게 없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유튜브도 마찬가지인 듯한데 알라딘은 또 채널을 신설했다 하니 어떻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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