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엔가 우연히 알라딘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니 <초역 부처의 말>이라는 낯선 책이 1위로 올라 있다. 이건 또 뭔가 궁금해서 클릭해 보니 동경대 나온 스님이라고 해서 유명했던 일본인 저자의 책이었다. 제목 그대로 불경에 나온 부처의 발언을 현대적으로 서술하고 해석하는 모양이다.
최근 갑작스러운 쇼펜하우어 열풍을 감안하면 부처 열풍도 충분히 가능해 보이기는 하지만, 왜 하필 이 책인가 하는 의문이 들어서 구글링해 보니 너무나 단순한 이유라서 살짝 허탈한 느낌이 들었다. 최근 장원영이 <유퀴즈 온 더 블록>에 나와서 이 책을 요즘 읽었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결국 인기 연예인이 읽었다는 소문 때문에 너도나도 구매하며 베스트셀러가 된 것뿐인데, 심지어 요지부동의 한강 소설조차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으니 (지금은 다시 한강에게 1위를 빼앗겼지만 여전히 상위권이다) 아이돌 최강자 럭키비키의 위세가 참으로 대단하다고밖에는 할 수 없겠다.
그런데 마침 알라딘에서는 '21세기 최고의 책'을 선정해서 발표한 직후이다 보니 아무래도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선정 도서 809권 중에 한강 책을 제외하면 베스트셀러 순위 100위권에 <사람, 장소, 환대>, 150위권에 <멀고도 가까운>, <정의란 무엇인가>, <사피엔스>가 들어 있을 뿐이니까.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인 기획이 럭키비키의 한 마디에 압도당한 셈이니 알라딘에서도 살짝 현타를 느끼지 않겠나. 이럴 거면 '21세기 최고의 책' 대신 '아이돌 선정 최고의 책'을 발표했어야만 화제성은 물론이고 서점 매출 면에서도 훨씬 더 압도적이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그나저나 '21세기 최고의 책'에 선정된 서적 중에는 이미 절판된 것도 상당수이니, 새삼 책의 수명이 생각만큼 길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지난 25년간의 미디어 추천 도서며 '올해의 책' 목록을 살펴보아도 대부분 절판이었으니, 그런 책 대부분은 시의적인 것뿐이었다는 해석도 가능하고.
이쯤 되면 초판 간행 이래 절판된 적 없다는 다윈의 <종의 기원> 같은 고전의 위력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인기에 비하면 장원영이며 <초역 부처의 말>의 인기야 머지않아 사그라질 터이니 참 허무하지 않나 싶다가도, 새삼 카리나는 또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