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니 최근 연이은 정권 퇴진 시위와 관련해서 한 가지 흥미로운 보도가 나온다. 시위 참가자들이 소녀시대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를 떼창하는 바람에, 무려 17년 전인 2007년에 발매된 노래가 다시 화제가 되면서 새삼 인기를 얻고 있다는 거다.
나귀님이 이 현상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수년 전 이화여대에서 벌어진 점거 농성 사태 때였다. 대학에서 운동권 문화가 사라진 지 오래이다 보니 시위 참가 학생들도 대부분 민중 가요를 몰랐고, 대안으로 모두 아는 노래를 찾다 보니 그게 나왔다던가.
처음 들었을 때에는 시위판에 무슨 아이돌 노래냐 싶어 황당하게 생각했었는데, 뉴스에서도 지적했듯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워낙 유명한 노래라서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고, 한글로만 이루어진 가사가 희망적인 내용이라서 더욱 공감을 얻는 모양이다.
하긴 옛날 민중 가요 중에 가장 유명한 "아침 이슬"도 원래는 일반 가요였다. 누군가가 시위 도중에 부르면서 유행하게 되었고, 김민기와 양희은의 증언처럼 결국에는 작곡가며 가수와도 완전히 동떨어진 노래가 되었다. 소녀시대의 노래도 그렇게 되는 걸까.
그런데 수년 만의 정권 퇴진 시위에서 나타난 변화는 아이돌 노래만이 아닌 듯하다. 급기야 아이돌 응원봉이며, 각종 서브컬처를 상징하는 깃발도 등장했다니, 양지뿐만 아니라 음지의 각종 세력마저 합세하는 상황에서 이 정권의 종말도 머지않아 보인다.
급기야 어제는 친구들 따라서 여의도 국회 앞에 다녀왔다는 바깥양반까지도 다음번 시위에 갖고 나갈 아이돌 응원봉을 사야겠다 말한다. 하지만 막상 검색해 보니 가장 싼 것이 수만 원, 인기 있는 것은 십수만 원을 호가하기에 선뜻 주문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냥 몸만 나가거나, 양초와 종이컵만 지참하거나, 심지어 시위 물품을 공짜로 나눠주기까지 했던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상황이니, 이쯤 되면 이제는 정권 퇴진 시위에서도 일종의 빈부격차나 서열화나 선행학습이 있는 것인가 싶어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학부형도 아닌 나귀님 입장에서야 노스페이스나 하츄핑 같은 등골브레이커가 그저 남의 일이려니 생각했는데, 갑자기 아이돌 응원봉 타령이니 이걸 사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다. 여하간 이놈의 정권이 하루빨리 없어져야만 돈도 아낄 수 있을 듯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