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알라딘 중고매장에 필요한 책이 두 권이나 있어서 주문하려 했더니, 양쪽 모두 2만 원 미만이어서 꼼짝없이 배송료를 물게 생겼다. 각각 5천 원짜리 한 권과 7천 원짜리 한 권만 더하면 무료 배송이 가능하니 조금만 살펴보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양쪽을 오가며 분야별로 살펴보는데, 이건 30분이 넘어도 살 만한 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끼는 책이 아예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내용이 괜찮아 보이면 가격이 너무 비싸고, 반대로 가격이 적당해 보이면 품질이 중급 이하라, 어느 쪽도 선뜻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할 수준은 아니었다는 것뿐이다. 결국 일전에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다른 책과 함께 세 군데 매장에서 각각 한 권씩만 주문하고 말았다.


알라딘 중고 상품이 계속해서 '가격은 업, 품질은 다운' 추세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서 계속해서 지랄발광하는 나귀님인데, 예전 같았으면 절대로 하지 않았던 오늘과 같은 주문만 보아도 현재의 상황은 상당히 기묘한 데가 있어 보인다. 헌책방이라면 싼 맛에 여러 권 구입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제는 한 권을 구입하는 것마저 망설여지는 거다.


출판사에서도 책값을 점차 올리는 추세이다 보니, 새책의 절반 가격으로만 잡더라도 중고 상품 중에서 나귀님이 관심을 가질 만한 묵직한 것들은 1만 원 대를 오락가락한다. 오늘처럼 1만 원대 중반의 책을 하나 구입하려면, 배송비를 지우려고 다른 책을 고르려 해도 여차 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바람에 3만 원에 육박하게 마련이다.


어떤 면에서는 알라딘 중고매장이 끝도 없이 늘어나는 현재의 상황 때문에 점점 더 쓸 만한 책들이 한데 모이지 못하고 산재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리하여 오늘처럼 늙은 나귀님 한 마리가 '책, 책, 사방에 책이 있지만 / 살 만한 책은 하나도 없었네' 하며 남의 결혼식장 앞을 서성이며 헌팅을 시도하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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