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고인물이라면 대부분 아는 사실이지만, 주말이 되면 알라딘 사이트에 종종 괴이 현상이 일어난다. 사이트 접속이 지연되거나 끊기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에 있었던 메뉴가 사라지고 처음 보는 것이거나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것으로 간주되는 메뉴가 나타나기도 한다.


평소 비싸게 팔던 책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나타나기도 하고, 나귀님이 알라딘 대구동성로점에서 겪은 것처럼 품질조차 엉망인 책을 최상급으로 속아서 웃돈 주고 살 기회가 나타나기도 하며, 각종 쿠폰과 적립금과 사은품과 벌금과 위약금이 난무해 결제를 지연시킨다.


그러니 이번 주말에도 알라딘을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가 평소와는 달라 보이는 현상을 접하고도 딱히 놀랄 이유까지는 없었다. 알라딘 중고샵에서 SF 작가 그레그 베어의 원서를 몇 권 발견했는데, 이상하게도 판매 가격이 무려 0원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본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상하다 싶어 알라딘 판매 중고 외서 메뉴에 들어가서 최저가로 정렬해 보니 판매 가격이 0원으로 책정된 책이 우후죽순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배송료만 내면 공짜로 주는 책이라는 뜻인가 싶어 장바구니에 담아 보니, 막상 담았다는 메시지만 나올 뿐 실제로는 담기지 않았다.


알라딘의 관리 소홀로 인한 오류로 충분히 짐작되는 현상이지만, 한편으로는 공짜(?) 책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대부분 0원에 줘도 갖고 싶지 않은 책들이었지만 몇 권은 관심이 갔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마사 겔혼의 언론 기고문 선집이 그러했다.


마사 겔혼은 종군 기자로 유명한 미국의 여성 언론인이며, 특히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세 번째(!) 아내로 유명하다. 헤밍웨이는 모두 결혼을 네 번 했는데, 매번 바람을 피워서 이혼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말았다. 겔혼과는 5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다가 역시나 이혼하고 말았다.


다른 아내들처럼 고분고분하지 않고 자기 경력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이 부부 간의 갈등 요인이었으며, 이혼 후에도 자녀 문제로 종종 대면했던 다른 부인들과 달리 겔혼은 전남편과의 교류가 전무하다시피 했다니, 어쩌면 이런 독립적인 면모가 지금은 더 관심을 끌지 모르겠다.


겔혼의 회고록 <나 자신과의 여행>도 이미 갖고 있으니, 언론 기고문 선집까지 구해 나란히 읽으면 그 인물에 대해서도 좀 더 입체적인 조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번에도 결국에는 '누구나 계획이 있다. 알라딘에게 눈탱이맞기 전까지는'이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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