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대구동성로점에서 중고 서적 품질 등급을 엉터리로 매겨서 나귀님을 농락한 일에 대해서 욕하는 글을 썼더니만, 이틀 뒤에 알라딘에서 뜬금없이 문자를 보내 '불만이 있으면 고객센터에 말하라'고 안내한다. 설마 나귀님이 고객센터며 일대일상담을 몰라서 서재에다 불만 글을 올렸겠는가. 이쯤 되면 알라딘이 의도적으로 '멕이는' 문자를 보낸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뭐랄까, 이건 마치 금메달 따자마자 그간의 설움을 떠올리며 다짜고짜 언론 앞에서 작심 발언을 내놓은 배드민턴 선수를 향해 문제의 배드민턴 협회에서 '왜 불만이 있으면 내부에 건의하지 않았느냐'고 타박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또는 영화관 입장료가 비싸다고 직격한 배우를 향해 '왜 영화관 측에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 언론에 가서 말했느냐'고 따지는 것과도 비슷하다.
애초에 선수나 배우가 작심 발언을 내놓은 까닭은 협회고 영화관이고 간에 책임을 져야 할 주체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작심 발언 이전에도 이미 많은 사람이며 여론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는데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니 결국에는 공개 비판으로 나선 것이 아니었겠나. 내부 소통이 원활하고 여론 수렴이 가능했다면 무엇 때문에 작심 발언이 나왔을까.
나귀님이라고 알라딘 고객센터의 일대일상담을 이용해 본 적이 없겠는가. 하지만 가장 최근의 상담에서 자의적인 원칙만을 고집하는 업체의 태도에 실망해서, 앞으로는 상품에 대해 불만이 있더라도 일단 단순 변심 사유로 유료 반품을 신청하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로 작정했을 뿐이다. 적어도 반품비 2,500원어치만큼은 나귀님에게도 불평할 권리가 있을 테니까.
영화관 입장료가 한 끼 밥값보다 쌌던 적은 사실상 없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불만이 적었던 까닭은 그만큼의 값어치를 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던 까닭이다. 반면 최근 들어서는 영화도 후지고 서비스도 엉망이며 각종 대안이 생겨나다 보니 가성비에 대한 비판이 새삼스레 높아진 것이 아닐까. 나귀님 입장에선 현재 알라딘 중고샵의 문제도 이와 유사해 보인다.
설령 하자가 있는 물건이라도 미리 공지하고 싸게만 팔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애초부터 매입 불가로 판정해도 무방할 만큼 하자가 많은 책을 무려 상급(정가의 55% 가격)으로 책정했다가 슬그머니 중급(정가의 53% 가격)으로 바꾸어서 판매했다는 점에 사기성이 농후해 보이는 거다. 현재 알라딘에서는 중급이 사실상의 최하 등급인데, 이것조차 정가의 50%를 넘어간다.
결국 품질 관리는 전혀 없는 상태에서 판매 가격만 올렸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고객 센터에 문의를 해도 '흔들리는 것은 깃발도 바람도 아니요, 그저 구매자의 마음일 뿐이라'는 식으로 '중고 상품의 품질에 대한 의견은 사람마다 상이할 수 있다'는 대응이 나오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매번 문의 때마다 사진이며 사연을 구구절절 올리면서 느끼는 자괴감은 덤이다.
여하간 문제가 있어 고객이 지적해도 업체가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는커녕 '불만 있으면 고객센터에 말하든가' 식으로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결국 알라딘도 불매만이 정답으로 보인다. 상품 가격도 계속 올리고, 재고 수급도 어려운지 플래티넘 바이백을 제안하는 걸 보면, 여기도 티몬/위메프나 알라디너TV처럼 갑자기 운영 종료하고 내빼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