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을 배회하다 뭘 또 잘못 눌렀더니만, "노벨문학상의 선택: 역대 수상 작가와 대표작, 1901-2023"이라는 이벤트 페이지가 나온다. 제목 그대로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명단과 작품을 모아 놓고, 그걸 사면 고양이 우드보틀인가 뭔가 하는 사은품을 돈 주고 사게(?) 허락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역대 수상자 명단에 당연히 있어야 할 작가들이 의외로 눈에 띄지 않기에 이상하다 싶어 검색해 보니, 한때 번역본이 여러 권 나왔지만 현재로선 절판되어 구입이 불가능한 작가는 아예 빼버린 모양이다. 예를 들어 1985년도 수상자 클로드 시몽이나 1992년도 수상자 데릭 월콧이 그러했다.
명단에는 들어 있지만 구입 가능한 작품 수가 현저히 줄어든 작가들도 있는데, 1987년도 수상자 요시프 브로드스키, 1991년도 수상자 나딘 고디머, 2004년도 수상자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경우가 그렇다. 특히 옐리네크는 비교적 최근 수상자인데도 불구하고 출판사 사정인지 다 절판되어 버렸다.
이와는 반대로 수상 직후 반짝 하고 번역서가 많이 간행되었다가 한동안 잊힌 상태였는데, 최근 들어 의외로 다시 많이 나온 작가도 있다. 1989년도 수상자 카밀로 호세 셀라가 그렇다. 아마 2000년대의 세계문학전집 열풍이 불면서 일종의 구색 맞추기 식으로 한두 권씩 재발굴된 것이 아닐까.
그런가 하면 노벨상 수상으로 인한 특수가 사실상 없었던 작가도 있는데, 2011년 수상자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가 그렇다. 수상 당시에 번역서가 딱 하나뿐이어서 우후죽순으로 간행될 거라 예상했는데,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것 하나뿐이니, 사실상 이대로 그냥 잊혀지는가 싶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번역서를 구입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알라딘의 명단에서는 빠져 버린 작가들이다. 1927년도 수상자 앙리 베르그송은 그 시대를 풍미한 철학자로,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들어서 대표작이 모두 재번역되어 현재도 출간 중인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라딘 명단에는 빠져버렸다.
혹시 철학자가 노벨문학상을 탔다는 것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걸까? 하지만 1950년도 수상자 버트런드 러셀이나 1964년도 수상자 장폴 사르트르 역시 본업이 철학자인데 명단에는 버젓이 들어 있다. 심지어 가장 논란이 될 만한 1953년도 수상자인 정치인 윈스턴 처칠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베르그송보다 더 논란이 될 만한 누락 사례도 있다. 애초부터 전업 작가였으며 번역본도 여러 권 있는 1973년도 수상자 패트릭 화이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 명단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현재 알라딘에서는 그의 장편 <전차를 모는 기수들>과 단편집 <불타버린 사람들>을 판매하고 있는데도.
지난번 <뉴욕 타임스> 선정 21세기 100대 도서 명단에는 번역본이 없는 경우에도 영어본을 포함시켜 놓았던데, 어째서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자 명단에는 그렇게 하지 않아서 여기저기 구멍난 누더기 자료를 만들어 놓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알라딘이야 고양이 우드보틀만 팔면 그만이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