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을 맞아 올해도 바닷가에 해파리가 들끓어서 어민과 상인 모두 울상이라는 뉴스가 나오기에, 오래 전에 사다 놓은 '해파리 책'이 생각나서 책장을 뒤져 보았더니 일본의 해양생물학자 야스다 도루(安田徹)가 저술한 <해파리의 경고>가 나온다.
비록 일본의 사례에만 한정된 논의이지만, 어차피 중국과 한국과 일본에 걸쳐 있는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으니 우리와도 충분히 관련이 있는 내용이고, 특히 일부 논의에 대해서는 번역자가 추가 견해를 내놓아서 시의성도 확보한 듯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해파리의 구조와 생태와 분포와 문제 등을 일목요연하게 다룬 일반 교양서까지는 아니라는 점이다. 비교적 쉽게 쓴 책인 것은 맞지만 원제가 "큰덤불해파리와 보름달물해파리: 그 정체와 대책"인 까닭에 주로 그 두 가지를 다룬다.
더 종합적인 논의는 같은 저자의 또 다른 책인 <바다의 UFO 해파리>를 봐야 할 것 같은데, <해파리의 경고> 역자의 후기에 따르면 원래 <바다의 UFO 해파리>를 번역하던 중에 저자의 권유로 최신작인 <해파리의 경고>를 대신 번역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이 책에서 묘사된 해파리는 예상 밖으로 재미도 없고 대책도 없는 생물이다. 그냥 물살에 떠다니며 살아가는 무사태평한 생애에, 수온 상승과 영양 과다로 번식에 유리해지자 개체수가 급증하며 마치 큰빗이끼벌레처럼 인간에게 민폐를 끼칠 뿐이다.
원제에도 나오고 본문에도 자세히 다룬 큰덤불해파리가 바로 뉴스에 종종 나오는 노무라입깃해파리인데 딱히 포식자도 없고, 영양가나 맛도 없으며, 흐물거리는 몸뚱이며 독침으로 인해 각종 사고를 일으키니 이래저래 반갑잖은 손님이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저서가 무려 두 권이나 우리말로 번역되었을 만큼 이 분야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듯한 저자의 이름 표기가 인터넷 서점마다 제각각이어서, 어떤 곳은 잘못 나와 있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곳은 아예 빠져버리기도 했다는 점이다.
알라딘의 경우, <해파리의 경고>의 저자는 "전파과학사 편집부"로 나오고 <바다의 UFO 해파리>의 저자는 "야스다 도 루"로 나온다. 양쪽 모두 표지에 安田徹이라고 한자로만 적어 놓아서 혼란이 생긴 모양인데, "야스다 도루"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서점이라 해서 사정이 더 낫지는 않은 듯하다. 예를 들어 Yes24에는 각각 "야수다 토루"와 "야스다 도 루"로 잘못 나왔고, 교보문고에는 "야스다 토루"와 "야스다 도 루"로 잘못 나왔으며, 동일인인데도 연동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두 권 모두 출간 당시의 보도자료 작성 단계부터 저자명 표기에 오류가 들어 있지는 않았나 의심스럽다. 특히 <해파리의 경고>는 저자명을 安田徹로 쓰고 로마자 표기를 병기하며 Yasuda Toru와 Yasuda Torou를 혼용하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야스다 도루"라고 일관되게 한글로 표기했다면 오히려 오류가 덜했을 터이니 출판사/편집자의 실수를 탓할 수밖에 없다. <해파리의 경고>에서 "페르세우스"를 "펠리세우스"로 적는 등 오역과 오타가 종종 눈에 띈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처음 한 번만 제대로 표기했더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지금은 잘못된 인명 표기가 사방으로 퍼지고 말았으니 한심한 일이다. 이제 와서 일일이 바로잡으려는 것조차 해파리 구제만큼이나 기약 없는 일이 되지는 않았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