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햇볕도 괜찮아 보이고 비 예보도 없기에 시트 한 장 손빨래 해서 옥상에다 널었더니 십 분도 안 되어서 소나기가 내리는 바람에 걷으러 올라갔다가 물에 빠진 나귀님이 되어 내려왔다.


그래도 소금 가마 짊어지고 나가지 않은 것이 어디냐고 나름 럭키덩키를 시전하다 보니, 마치 언제 그랬느냐고 약올리는 듯 구름이 싹 걷히고 파란 하늘이 드러나면서 햇볕이 다시 쨍쨍해진다.


문득 며칠 전에 읽은 로렌 레드니스의 책 제목처럼 "아주 기묘한 날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알라딘 중고샵에서 같은 작가의 <방사성>을 구입하고 호기심이 생겨 덩달아 구입한 책이었다.


두 권 모두 그래픽노블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만화책의 형식보다는 오히려 그림책의 형식에 더 가까워 보이므로, 차라리 성인용 그림책이라고 분류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주, 기묘한 날씨>는 제목에도 드러난 것처럼 추위, 비, 안개, 바람, 열, 하늘, 일기예보 등 날씨와 관련된 주제에다가 다양한 일화를 곁들여서 쓴 개별적인 에세이를 총12장에 걸쳐 수록했다.


감성적인 내용 대신 과학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에 기반하여 여러 사람과 사건의 흥미로운 면모를 소개한다는 점에서 나귀님 구미에 딱 맞는 느낌이었다. 웃음기를 뺀 빌 브라이슨이라고나 할까.


<방사능>은 "마리와 피에르 퀴리의 사랑과 결별"이라는 부제로 알 수 있듯이 퀴리 부부의 전기이며, 그 사이에 원자폭탄이며 체르노빌 같은 다른 여러 사건들의 이야기가 곁들여지는 방식이다.


두 권 모두 말미에 인용 출처를 정확히 표시하고 추가 설명까지 덧붙인 것을 보니, 차라리 저자가 뛰어난 글재주를 살려 본격 논픽션에 집중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미안한 말이지만 나귀님이 보기에는 그림책 두 권 모두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그림'이란 생각마저 들었으니까. 럭키로렌쯤 되면 비난이 아니라 극찬이라는 것을 알아듣고 좋아하지 않을까...



[*] 그나저나 <방사성>은 오타도 있고 오역도 있다. <아주, 기묘한 날씨>는 번역이 무난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 약력에서 저자의 전작 두 권의 제목과 부제를 뒤섞어서 <세기의 소녀, 도리스 이턴 트래비스의 생애>, <방사능과 지그펠드 폴리스의 마지막 살아 있는 별, 마리와 피에르 퀴리>, <낙진과 사랑 이야기>라고 마치 세 권처럼 옮긴 황당한 오역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자세히 뜯어 보면 또 뭐가 나올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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