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김민기 타계 소식을 접했다. 대학로 학전 소극장 폐관을 둘러싸고 연초부터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더니만, 이미 그때부터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 언론 보도에서 '아침이슬의 김민기' 대신 '학전의 김민기'라고 나오는 것이 낯설기도 했다. 내가 처음 접했던 시절만 해도 차마 제목을 말할 수 없었던 그 노래의 지은이로 통했으니까.


일설에는 자신의 다양한 행보가 무시되고 오로지 그 노래의 작자로만 기억되고 평가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고도 하던데, 어쨌거나 간에 '아침이슬의 김민기'는 이미 역사의 일부분이다.


그나저나 뭐든지 웬만하면 책으로 때우는 나귀님이다 보니, 김민기도 음반은 갖고 있지 않은 대신 책은 하나 갖고 있다. 그의 노래와 극본을 한데 엮은 <김민기>(김창남 엮음, 한울, 1986)이다.


김민기의 노래를 비롯한 당대의 금지곡 대부분이 풀려난 것은 딱 1년 뒤인 1987년의 6/29 선언 직후였으므로, 이 책이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정작 거기 수록된 노래 대부분은 여전히 금지곡이었다.


편저자 서문을 봐도 이 책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당시까지만 해도 음반 대신 노래책의 형태로 사실상 구전되던 김민기의 작품의 정확한 악보와 가사를 정립하려는 노력의 일환임을 알 수 있다.


이후 첫 음반이 복각되고, 새로운 음반이 녹음되고, 새로 작곡한 곡들이 발표되는 등의 변화도 있었는데, 그런 내용은 초판으로부터 무려 35년 뒤인 2020년에 간행된 증보판에 반영된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노래보다도 오랜 세월 지켜 온 그의 침묵에 대해 더 관심이 가는데, 과연 사후에 가서는 과도한 정치색이 배제된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지 기다려 보아야 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