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바깥양반이 뜬금없이 테일러 스위프트의 뱃살 이야기를 한다. 공연 중에 찍힌 사진에서 유난히 뱃살 두둑한 모습이 포착되어 살찐 거다/아니다, 임신한 거다/아니다 등 온갖 이야기가 나오는 중이라는 거다. 무슨 말인가 궁금해 검색해 보았더니, 뱃살이 맞더라도 우리보다 날씬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사실 나귀님은 이 가수 잘 모른다. 하도 명성이 자자하기에 무슨 노래를 부르나 궁금해서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내 취향은 아닌지 딱히 귀에 들어오는 곡까지는 없었다. 마미돈노 어쩌구는 패러디라도 많이 해서 기억하지만, 이 가수는 워낙 반듯한 이미지라서 뭐가 없나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테일러 스위프트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런 반듯한 이미지 때문이다. 부모가 제임스 테일러의 팬이어서 그 성을 따서 딸의 이름을 지어주었다기에 호기심이 생겼는데, 유튜브를 검색하니 스위프트의 공연에서 테일러가 깜짝 손님으로 등장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있었다.
재미있는 인연이라 생각하는 동시에, 선배 가수를 예우하는 것을 보니 바르게 자란 아가씨로군 하고 기특하게 생각했었는데, 지금 다시 유튜브 댓글을 확인해 보니 스위프트의 팬들 중에 테일러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던 모양인지, 레전드에게 막말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훈계 댓글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
세대가 바뀌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시대를 풍미한 유명 가수를 향한 냉소나 조롱은 곤란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지금은 그저 기타를 더듬으며 맥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대머리 할아버지에 불과해 보이겠지만, 한때의 훈훈했던(?) 외모를 기억하는 팬들에겐 여전히 스타이니까.
스위프트도 이미 30대 중반이라니, 머지않아 다른 후배 가수의 무대에 함께 섰을 때 저 화장 떡칠하고 뱃살 두둑한 할머니는 누구냐는 식으로 조롱하는 댓글이 달리면 팬들로서도 기분이 썩 기분이 좋을 것 같지는 않다. 어찌 보자면 좋아하는 가수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도 팬으로서는 큰 행운이니까...
[*] 최근 뉴진스 일본 공연에서 팜하니가 부른 "푸른 산호초"가 큰 화제가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원곡자로 말하자면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돌이자 현재는 원로급 가수인데, 외국에서 온 어린애가 마치 포카리스웨트 광고 찍다 온 것 같은 차림으로 모두가 다 아는 그 노래를 천연덕스럽게 부르고 있으니 당연히 모두들 기특하다며 감격하지 않을까. 새삼스레 젊은 트로트 가수들을 좋아하는 노인 팬들의 심정이 어떤 건지 짐작이 갈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