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는 설립 25주년을 자축하는 분위기인 모양인데 한때 불통의 아이콘이었던 나귀님께서는 때맞춰 알라딘과 헤어질 결심을 굳히게 된 것이 사실이다. 얼떨결에 알라디너 킬조이 같은 소리를 하게 되었는데, 여하간 최근 수년간 알라딘의 행보로 미루어 더 이상은 나귀님 같은 소비자에게는 딱히 유리하다고는 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가장 큰 불만은 중고샵에 대한 것인데, 일단 판매 가격이 크게 오르다 보니 중고 물품이라고 해서 구입이 만만치는 않아졌다. 단순히 책값이 오르며 중고 가격이 따라 오른 수준이 아니라, 알라딘의 정가 대비 중고가 설정 비율 자체가 높아져서, 예전처럼 정가의 40-45%짜리 책은 찾기 힘들어졌다. 보통은 정가의 55% 이상이고 신간은 65% 이상이다.
알라딘 구매 이력만 놓고 보면 20년이 넘었지만 플래티넘 회원 자격은 중고샵이 생긴 이후로 줄곧 유지해 온 나귀님으로서는 알라딘에서 구매하는 물품의 90%가 중고 상품이니, 이런 가격 상승이 달가울 리 없다. 가격이 오른 만큼 품질 기준이 더 엄격해진다면 또 모르겠는데, 중고샵은 물론이고 중고매장마다 품질 판정이며 가격 책정이 완전 제멋대로다.
품질 기준도 사실상 눈속임에 불과한 것이, 제아무리 최상급과 상급과 중급으로 분류해 놓았다 하더라도, 이 세 가지 등급의 차이는 정가의 10%도 안 되기 때문이다. 가끔 중고매장에서 구입한 물품에 대해서 품질 판정이 잘못되었다며 자체적으로 등급을 재조정해 가격을 깎아주는데, 상급에서 중급으로 바뀌어도 가격상으로는 정가의 2% 차이에 불과하다.
결제 혜택도 줄어들기는 마찬가지여서 카드 무이자 할부 기간이 대폭 축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알라딘 제휴 신용카드는 줄줄이 발급이 중단되어서 지금은 사실상 없다시피하다. 나귀님도 제휴 카드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조만간 유효기간이 끝나지만 재발급은 불가능하고 다른 카드도 없다시피하니 이것 역시 알라딘 이용이 유리하지 않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이쯤 되면 나귀님이 알라딘과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 것은 단순히 두부갈매기가 괭잇가에서 울었기 때문만은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유재석도 유튜브에서 꼬집은 것처럼, 대부분의 기업은 오랫동안 꾸준하게 자기네만 이용해 준 충성 고객을 홀대하고 신규 고객 유치에만 열을 올리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나귀님은 알라딘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단순히 예쁜 플라스틱 쓰레기에 불과한 각종 증정품 따위 만들어서 팔아먹을 시간에 차라리 책 저자명이나 제대로 검색되게 만들고, 미리보기나 고화질로 올려놓고 등등 그냥 서점의 본분이나 지키면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아직 짝을 맞추지 못한 책들이 있으니 여전히 가끔 구매하기는 하지만, 플래티넘 회원 자격도 조만간 사라지면 진짜로 굿바이라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