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코앞인 상황인데 파리에서는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는 듯하다. 심지어 수상 경기가 예정된 센강 수질 오염 개선을 장담하며 직접 물에 들어가 헤엄치겠다고 공약한 대통령을 (모택동 따라하기인가) 골탕먹이기 위해 입수 예정 시간에 맞춰 강물에 똥을 누자는 캠페인까지 벌어진다니, 이쯤 되면 올림픽이 아니라 카니발이라도 개최하는 듯하다.


마침 <파리의 발명>이라는 책이 나왔던데, 소재는 흥미로운 반면 출판사가 하필 글항아리라서 선뜻 구입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나귀님은 세계 유명 도시에 관한 책을 꾸준히 모으는 중인데, 예전에 궁리에서 '세계의 도시 이야기'라는 시리즈를 간행하기 시작했었다가, 결국에는 판매 부진 때문인지 뉴욕과 로마에 관한 책만 내고 중단해서 영 아쉬웠다.


효형출판에서도 '작가와 도시'라는 시리즈를 내다가 파리, 피렌체, 시드니까지만 내고 중단했는데, 여기서는 '도시'보다 '작가'에 중점을 두기는 했지만 상당히 흥미진진한 내용이어서 역시나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카이로나 이스탄불이나 예루살렘 같은 유명 도시의 경우에도 비록 시리즈까지는 아니어도 개별 역사서가 있다고 알고 있다.


그나저나 <파리의 발명> 이야기를 하고 나니 <파리의 심판>이라는 책도 생각난다. 트로이 전쟁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파리스의 심판"(The Judgment of Paris)에서 인명인 "파리스"(Paris)가 지명인 "파리"(Paris)의 철자가 같다는 점에서 착안한 말장난인 모양인데, 정작 그리스 신화의 등장인물과 프랑스의 수도 사이에는 아무 연관성이 없다고 한다.


<파리의 심판>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책은 무려 두 권인데, 하나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에 대한 내용이고, 또 하나는 프랑스에서 열린 와인 시음회에 대한 내용이다. 실제로 "파리의 심판"은 후자의 소재, 즉 미국산 와인이 프랑스산 와인의 콧대를 꺾은 것으로 유명한 1976년의 파리 와인 시음회를 가리키는 별칭이기도 하다. 지금은 두 권 다 절판이다.


뉴스를 보니 유럽에서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와인 생산량이 급감했는데, 기후 변화로 인한 고온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모양이다. 설상가상으로 소비도 급감해서 와인 산업 자체에 타격이 불가피한 모양인데, 한때 와인 공부며 만화며 하는 것이 유행하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격세지감이다. 이러다가는 와인도 예전처럼 사치품이 되고 마는 걸까.


한편으로는 와인이나 커피의 맛에서 학습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려면 금전과 시간이 필요하니, 가벼운 마음으로 진입했던 사람이 떨어져 나가는 것도 시간 문제였을 법하다. 나귀님이야, 뭐, 검은 와인이건 흰 와인이건 쥐 잘 잡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라는 주의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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