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였나, 오랜만에 시내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서 버스 타고 한강 건너 용산 지나다 보니 예전 터미널 부지에 지은 하이브 사옥 앞에 사람이 잔뜩 모여 있다. 그렇잖아도 며칠 전부터 뉴스에서 떠들었듯이 방탄소년단 멤버 가운데 한 명이 그날 제대한 모양이어서, 얼굴이라도 구경하려는 심산에 수많은 팬들이 사옥 앞에 운집한 모양이었다.


군대 가기 싫다며 대놓고 정부를 압박한 것이 엊그제 일 같은데 어느새 복무를 마치고 제대하는 모양이니 참 세월 빠르다 싶으면서, 이후의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 전쟁이며 최근 북한의 도발 같은 사례를 떠올려 보면, 이왕 가는 김에 전원 동시 입대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군대 마케팅을 했더라면 오히려 더 주목을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여하간 의무를 다했다니 기특한 한편으로, 최근 군대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사고가 큰 논란으로 번진 사례들을 떠올려 보니, 군인이라고 다 같은 군인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어 씁쓸해진다. 물론 무사히 제대한 연예인을 비난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그보다 운이 좋지 못했던 어느 해병대원과 훈련병의 짧았던 삶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른 두 젊은이는 사망 직후 세상에 알려지지도 못한 상태에서 갖가지 은폐 공작을 당했던 반면, 방탄소년단 멤버는 전역 당일 아침부터 방송사에서 부대 정문에 찾아가 실시간 중계를 했다. 그러니 평범한 병사 대신 유명한 병사라면 과연 그런 일을 당했을까, 설령 당했더라도 그렇게 은폐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과도한 기합으로 사망한 훈련병의 경우는 최근 그 동기생들이 모두 훈련을 마치고 퇴소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퇴소식이 열린 행사장에는 추모 장소도 마련되었고, 마치 내 아들의 일 같아 속상했다며 분통을 터트린 부모들도 있기는 했지만, 정작 그날의 비극에 대해 형사적으로나 도의적으로나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여전히 발뺌하는 상태다.


그런가 하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되었다가 사망한 해병대원에 관한 진상 조사는 해를 넘겨서 1주기를 앞둔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하고, 군대의 은폐와 정부의 외압을 거치며 단순 사망 사고에서 국정 문란 사건으로 점차 확대되면서 총선 참패에 뒤이어 현 정권의 다음 대선 참패를 사실상 확고히 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세상 모든 일이 아무리 감추려 해도 결국에는 드러나게 마련임을 공자와 예수 모두 강조한 바 있는데, 길어야 5년에 불과한 짧은 치세 동안 마치 세상에 겁날 것 없다는 듯 권력을 휘두르다가 결국에는 줄줄이 포승줄과 구치소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니, 그토록 허무한 권력에 왜들 그렇게 욕심을 내는지, 나귀님으로선 도통 알 수 없는 일이다.


그 와중에 해병대원 사망 사건의 최우선 원인 제공자인 현직 장군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서까지도 증인 선서를 거부하며 대놓고 위증을 시도했다니 더욱 한심한 일이다. 아무리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군인인 한에는, 심지어 장성인 한에는 최소한의 긍지나 양심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마저 뒤집었으니 참으로 소인배가 아닌가!


현직 장군이며 전직 장관의 찌질한 모습을 줄줄이 보고 나니 영화 <어퓨굿맨>에서 잭 니콜슨이 연기한 오만방자한 해병대 대령이라든지, 영화 <사관과 신사>에서 (얼마 전 타계한) 루이스 고셋 2세가 연기한 해군사관학교 악질 교관 따위는 오히려 대인배에 인격자처럼 보일 정도다. 결국 간부들도 군인이라고 다 같은 군인은 아니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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