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바깥양반이 보는 미드 <영 셸던>에서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이름이 나오기에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 곁눈질했더니, 주인공인 천재 (커서는 괴짜) 소년이 아시모프의 부고를 접하고 나서 자기 주위에 이 유명한 공상과학 소설가 겸 과학 저술가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한탄하는 내용이었다.
문득 나귀님 역시 아시모프의 부고를 접했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AFKN 라디오에서 매시 정각에 1분쯤 나오는 AP 네트워크 뉴스를 듣다가 그의 타계 소식이 나오기에 깜짝 놀라서 공상과학 소설 좋아하는 친구에게 전화하려던 차에, 마침 무슨 일 때문에 집집마다 전화 돌리던 교회 후배의 전화를 받고서 난감했나 그랬다.
지금이야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있으니 클릭 한 번으로 부고를 접하거나 전달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전화나 편지밖에 방법이 없었으니,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저런 세상에서 잘도 살았구나 싶기도 하다. 그런 아날로그 시대에 갖가지 공상과학 소설을 쓴 아시모프의 상상력이 새삼 대단해 보이는 이유다.
마침 어제 뒤적인 윌리엄 파운드스톤의 책에는 칼 세이건과 아이작 아시모프의 만남과 교제에 관한 내용이 몇 가지 수록되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선 대표적인 인물들이었으니 결국 만나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을 법도 하다. 첫 만남은 1963년, 세이건이 27세이고 아시모프가 43세 때의 일이었다.
아시모프는 그 이전까지만 해도 이 세상에 자기보다 더 똑똑한 사람은 컴퓨터 과학자 마빈 민스키 한 명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세이건을 만나고 나니 이제 '두 명'이라 해야 맞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상대방을 후하게 평가해 주었다. 두 사람의 우정은 계속되어 1968년 세이건의 재혼 당시 아시모프도 하객으로 참석했다.
그런데 이때 아시모프의 신경을 긁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이 손님보다 더 잘난 아들을 평생의 자랑으로 여기던 신랑의 어머니였다. 이 양반으로 말하자면 일찍이 당신 아들 못지않게 똑똑했던 며느리에게 '졸업 일주일 만에 학사에서 유부녀라'는 비야냥인지 위로인지 모를 전보를 결혼식 당일에 보내기도 했었다.
세이건의 어머니는 아직 40대 후반이었던 아시모프에게 다짜고짜 손자들의 안부를 물었고, 당황한 아시모프가 아직 자기는 손자를 두지 못했다고 대답하자, 손자를 두는 게 뭐 어때서 그러느냐고 동문서답을 이어나갔다. 이에 아시모프가 발끈하자, 결국 그의 아내가 나서서 남편을 데리고 재빨리 자리를 옮겼다는 거다.
필립 로스 같은 유대계 작가의 소설에 묘사된 유대인 어머니를 보면 정말 민폐스러울 정도로 억척스럽게 묘사되는데, 세이건의 어머니도 딱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아시모프도 유대계인 만큼 자기 집에 가면 엄마한테 똑같이 당했을 법하니... 어쩌면 자기 엄마가 생각나서 더 짜증났을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