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을 맞아서 '뉴진스님' 윤성호가 광화문 광장에서 디제잉을 한다는 뉴스가 나온다. 젊은 세대에게 불교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것이니 좋다는 의견이 대부분인 듯하지만, 과연 그게 정답인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대상은 '불교'가 아니라 그저 승복을 입고 디제잉을 한다는 희화화에서 비롯되는 '개그'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싶어서다.


요즘 세상에서는 종교도 어떤 식이든지 홍보가 필요하겠지만, 진지함이 희석된 경쾌함만 남아서는 곤란할 것이다. 앞서도 불교에서는 현각이나 혜민처럼 학벌을 내세우는 홍보로 재미를 보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작용도 없지 않았으니 이번에도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붓다 역시 신통력 같은 눈요깃거리로 대중을 모으는 행위를 긍정할 리 없었으니까.


종교의 핵심은 성과 속의 구분이다. 불교의 경우에는 사찰의 산문을 기준으로 양자가 정확히 구분됨으로 인해 외경심이 우러난다. 카톡과 유튜브와 풀소유가 대세인인 세상에서는 오히려 침묵과 마음챙김과 무소유라는 불교의 미덕이 더욱 돋보일 수 있지 않을까. 어설픈 방법으로 세상에 다가가기보다, 항상 거기 있으면서 세상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다면 어땠을까.


또 한편으로 보자면, 윤성호의 부캐 뉴진스님이나 그 이전의 일진스님이 보여준 승려의 속된 행동이야말로 각종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한국 불교에 대한 야유나 다름없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오히려 승가를 바로세우고 엄격한 수행에 매진하는 것이야말로 불교의 저변을 넓히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단순히 시선을 끈다는 것만으로 포교를 다 했다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여기서 문득 몰몬교를 소재로 한 뮤지컬 <몰몬경>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연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아는데, 미국에서는 2011년에 토니상 9개 부문을 휩쓸 정도로 압도적인 호평을 받은 걸작이다. 내용은 황당하지만 음악은 훌륭한데, 특히 "안녕하세요"와 "너와 내가 (대부분 내가)" 같은 노래가 그렇다.(전자는 2012년 토니상 시상식 개막 공연이 정말 걸작이다).


줄거리를 보면 몰몬교 선교사 두 명이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에 가서 겪는 우여곡절이고, 결말만 살피면 '좋은 게 좋은 거'이지만, 그 사이사이에 신랄한 유머가 들어 있어서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하쿠나 마타타"를 패러디한 듯한 "하사 디가 이보와이"라는 노래가 그런데, 힘들 때마다 되뇌는 말이라기에 희망적인 격언인 줄 알았더니 "하느님 씹새끼"라는 뜻이었다!


이처럼 대놓고 비꼬는 내용이다 보니 몰몬교 측 반발도 충분히 예상되었지만, 의외로 창작의 자유를 인정한다는 요지의 조심스러운 반응만 나왔다. 나중에 뮤지컬이 인기를 끌자 몰몬교에서는 아예 <몰몬경>의 팜플렛 한귀퉁이를 빌려 "뮤지컬을 보셨으니 이제 그 원작도 읽어보세요! 항상 그렇듯이 원작이 더 훌륭하답니다!"라고 재치 있는 광고를 집어넣었다고 전한다.


이처럼 음악과 내용 모두 유쾌한 뮤지컬 <몰몬경>이지만, 그렇다고 이걸 보고 나서 몰몬교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역시나 이 뮤지컬을 보고 나서 몰몬경이나 몰몬교를 다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일 것이다. 경전 <몰몬경>과 뮤지컬 <몰몬경>의 차이란 결국 진짜 승려와 부캐 뉴진스님의 차이만큼이나 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내가 몰몬교에 대해서 가장 흥미롭게 생각했던 부분은 그 교리나 선교가 아니라 오히려 그 건축이었다.(아울러 저 유명한 몰몬교 합창단의 음악도 포함시켜야 맞을 것이다). 내가 본 몰몬교 건물들은 일반 교회와 달리 단층으로 아담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었는데, 마침 옆 동네에 꽤 오래 전부터 있었던 몰몬교 지부가 철수하면서 내부를 구경할 기회가 생겼다.


어느 가구 판매 업체에서 그 교회 건물을 인수해서 전시장 겸 커피숍으로 개조해 놓았기 때문인데, 매번 밖에서만 보던 건물 내부가 궁금해서 들어가 보니 요즘의 전형적인 교회 건축과는 또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문득 내가 몰몬교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된다면 저 유명 뮤지컬보다는 차라리 이 오래 된 건물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고나... 



[*] <몰몬경> 음악이 마음에 들어서 유튜브로 감상하다가 아예 씨디를 사려고 보니 알라딘에서 품절이었다. 한동안 중고가 없나 기웃거리다가 재작년에 운 좋게 구입했는데, <사우스파크> 제작진의 작품답게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작품이다 보니 씨디 비닐 포장에 미성년자 주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나중에라도 몰몬교 선교사들을 길에서 마주치면 "안녕하세요"의 유명한 대사("지금 종교를 바꾸시는 분께는 예수가 직접 쓴 책을 무료로 드립니다!" <겨울왕국>에서 올라프를 연기했던 배우가 뮤지컬 도입부에서 하는 헛소리다)를 읊어주려고 열심히 연습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앞서 말했듯이 인근의 몰몬교 지부가 없어지면서 이 동네에서는 더 이상 몰몬교 선교사도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면 이제는 내가 그들을 찾아 나서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또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니 몰몬교 선교사를 향해 뮤지컬 <몰몬경>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마치 외국인이 처음 본 한국인에게 대뜸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들먹이며 한국에 대해 아는 척하는 것처럼 꼴불견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 <몰몬경> 음반은 어째서인지 지금 검색해 보면 알라딘에서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분명히 구매한 기록이 있기에 해당 페이지 주소를 적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어쩌면 이것 역시 알라딘의 숱한 '분명히 있지만 동시에 없는 책들'의 사례 가운데 하나인 걸까: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2316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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